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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클어진 北 비핵화,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


입력 2018.07.22 06:00 수정 2018.08.11 02:53        데스크 (desk@dailian.co.kr)

<전문가 4인 공동칼럼> 실패 교훈을 바탕으로 北 비핵화 기본에서 시작하자

그동안 北 비핵화는 실패의 연속 …北 비핵화 목표와 전략 재정립

<전문가 4인 공동칼럼> 실패 교훈을 바탕으로 北 비핵화 기본에서 시작하자
그동안 北 비핵화는 실패의 연속 …北 비핵화 목표와 전략 재정립


2018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비핵화·평화 정착 및 남북관계 발전' 전문가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비핵화·평화 정착 및 남북관계 발전' 전문가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올해 초 김정은 신년사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화려한 북핵 이벤트가 전개됐다.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까지 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은 없고 문턱만 낮아지고 있다. 호언장담하던 ‘완전·검증가능·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비핵화 시한도 기약 없는 먼 미래도 밀려났다.

‘리비아식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니 빠른 비핵화를 위해 핵무기와 핵물질을 먼저 빼내는 ‘초기 적재(front loading)’니 하던 것은 허풍과 만화가 돼 버렸다. 얼마 전까지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기대가 만발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어렵다고 생각한다. 비핵화 협상보다 유해 송환과 종전선언이 더 관심을 끈다. 참으로 기이하고 어이없는 반전이다.

그동안 北 비핵화는 실패의 연속

1·2차 북핵 위기(1993년 ~ 2016년)
50년대 말부터 핵을 개발해 온 북한은 1991년 12월 옛 소련연방이 해체된 후 부터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제1차 북핵 위기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1993년 3월부터 부터 2002년 10월까지다. 이때는 대북지원과 영변 원자로 핵물질 생산을 맞바꾸는 미·북 간의 제네바 합의 체제가 해법이었다. 그러나 2002년 10월 미국의 켈리 대북특사가 방북했을 때에 북한이 농축 우라늄(HEU) 문제를 시인함으로써 제네바 합의체제는 종말을 고했고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중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6자회담체제가 해법이었으나 이 역시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실패한 이유는 먼저 북한의 핵개발 동기와 핵 포기에 대한 대가가 일치하지 않았다. 안보적 이유로 핵을 개발한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은 성공했다. 절실한 안보적 이유가 없었던 아르헨티나·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포기했다. 북한은 위 모든 나라들에 비해 핵개발 동기가 가장 강력하다. 북한은 경제적 지원이나 팔다리 비트는 정도의 대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둘째 핵 개발 동기가 강력할수록 협상과 제재가 양립(兩立)이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생존을 걱정할 정도의 강력한 제재가 선행돼야 제대로 된 협상으로 전환된다. 북한이 생존을 고민할 정도의 제재가 없는데 생명과 다름없는 핵을 내려놓을 턱이 없다.

셋째 그동안 유엔 대북제재는 본질적으로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 북한의 대외무역을 불법거래와 합법거래를 구분하고 불법거래 즉, 무기거래만 금지하는 선별제재였다. 북한의 대외통상에서 무기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고 증거를 잡기도 어렵다. 그래서 2016년 11월에 나왔던 2321호부터 지난해 2371호, 2375호, 2397호는 합법·불법을 구분하지 않고 통제하는 포괄제재로 바뀐 것이다.

끝으로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북한은 옛 소련에서 입수한 기술을 기초로 필사적으로 국제제재를 극복하고 핵을 개발했다. 한민족의 우수성을 공유한 북한은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동안 핵무기 개발로 이를테면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문재인·트럼프 정부 출범 후 북핵 위기(2017년~)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위에서 언급한 과거 정부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북한은 수소폭탄과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핵 무력 완성에 성큼 다가섰지만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와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 때문에 결국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은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기 충분했다. 올해 초부터 북한이 대화에 적극 나서자 ‘최대 압박이 통했고,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가 대세가 됐다. 한미 대통령이 나서서 찰떡 공조 마케팅을 하자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마저 팽배했다. 그러나 현 북한의 행태를 보면 한미 정부가 너무 앞서 나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적 완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보여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로 전망했다. 그런데 북한이 서둘러 협상에 나온 이유가 대륙간탄도탄의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라면 아래와 같은 판단 때문일지 모른다. ‘지금 버틸 수는 있으나 지난해 나온 대북제재의 효력이 나타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점점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추가적인 미사일 시험 발사로 탄두 재 진입 기술을 완성해 얻는 이점보다 제재로 인한 고통과 협상력 저하가 더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결과만 보면 김정은의 선택은 절묘했다. 완전한 비핵화의 대상이 북한이 아닌 한반도라는 것을 공식화해 미국의 핵우산과 한미동맹을 해체할 명분과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챙겼다. 김정은의 대내 리더쉽도 더욱 공고해졌다. 북한 주민들은 최고지도자가 세계 최강국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최상의 예우를 받고 원하는 것을 다 얻는 기적을 생생히 보았다. 온갖 고난을 이기고 핵을 개발한 것이 얼마나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 김정은의 지도하에 ‘핵 무력을 바탕으로 경제개발에 집중하면 잘 사는 것은 물론이고,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남조선 해방까지 이룰 수 있다.’고 확고하게 믿을 것이다.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실패 교훈을 바탕으로 北 비핵화 기본에서 시작하자

지금처럼 낭만적 기대와 부실한 전략으로 일관하면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장 국이 되고 우리는 평화에 취해 한미동맹과 자체 대비태세 마저 허문 참혹한 미래와 만나게 된다. 이를 피하려면 지금부터 한미가 머리를 맞대고 북핵 협상의 목표와 전략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비핵화를 위한 여건 조성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 협상에 임하도록 만드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버틸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 제재 해제만으로 한미가 최초에 목표했던 ‘완전·검증가능·불가역적 비핵화(CVID)’까지 얻어낼 수 있다. 버티기 어려운 상황은 중국의 동참 하에 대북제재가 경제봉쇄 수준으로 강화되고 끝까지 버티면 미국이 군사적 해결에 나설 것이 확실한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버틸 수 있는 상태에서 협상을 하면 비핵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주도권을 가진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는 핵 능력 제거만으로 제재 해제와 경제지원, 한미동맹 약화와 평화협정 등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올해는 성급한 대화 열의 때문에 그 결정적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약화시키고 말았다. 다만, 지금이라도 북한이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을 역(逆)이용하고, 비핵화에 대한 전략을 바로 수립한다면 우리는 북한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을 다시 만들 수 있다. 지난해 경험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北 비핵화 목표와 전략을 재정립

북핵 협상의 성패는 우리가 요구하는 ‘북핵 폐기’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을 놓고 누가 얼마나 적게 주고 많이 받느냐에 달려 있다. 핵에 대한 김정은의 진심은 올해 4월 20일 노동당 중앙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한 내용에 나와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을 선포하며 핵동결(핵·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중지)과 비확산(핵무기·기술 이전 금지)’까지 양보할 수 있음을 밝혔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 우리에게 재앙이다. 한미 정부의 ‘남북관계 우선주의’와 ‘미국 우선주의’가 잘못된 만남을 할 개연성이 있어 찜찜하다. 북한의 모든 핵을 되돌릴 수 없도록 제거하고 검증이 끝날 때 까지 한·미간에 조그만 틈도 생기지 않도록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비핵화의 보상인 ‘북한체제 보장’의 본질은 그 범위에 있다. 우리가 줄 수 있고 줘도 되는 것은 두 가지다. 먼저 경제적 보상으로서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이다. 과거 핵개발을 중단하거나 가진 핵을 폐기한 나라들에게 경제지원까지 한 예는 없으나 북한은 예외로 할 수도 있다. 다음은 외교적 보상으로 한미동맹에 영향 없는 미·북 수교와 평화협정이 있다.

우리가 줄 수 없는 것은 내부 모순에 의한 북한체제 위협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제외한 모든 독재정권은 내부 모순에 의해 자멸했다. 북한은 인권 문제 제기와 국내·외 언론의 비판 보도를 가장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내정간섭이라 하면서 우리가 약속을 위반했다고 트집을 잡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따라서 우리가 설사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을 절대 약속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사회주의 북한체제에 대해 어떤 훼손행위도 하지 않는다” 등은 우리가 약속할 수 없는 내용이다. 북한이 언제든지 도발로 복귀할 명분과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근거를 주게 된다.

끝으로 우리가 절대 양보하면 안 되는 것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과 평화체제가 외교적 차원을 벗어나 안보차원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미 연합훈련 중단은 엎질러 진 물이 됐지만 주한미군 철수까지 연결되면 절대 안 된다. 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하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일 때에는 즉시 재개해야 한다.

또한 평화체제와 관련해 가장 유의해야만 할 점은 가짜 평화체제(Pseudo Peace Regime)는 분명히 감별하여 거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평화체제 즉 장기적이면서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체제라야지, 북한의 대남전략 일환으로서의 평화체제는 분명히 배격하고, 오히려 그 악의성을 폭로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과 어떤 평화체제를 맺더라도 이것이 안보상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평화체제에 부합되게 유엔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한·미동맹 유지와 평화체제는 별개라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 해상경계선 문제는 군사수역과 일반수역으로 구분함으로써 북방한계선(NLL)과 작전인가구역(AO) 유지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평화협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헌법 개정이 필요하고, 이를 피하려고 기본합의서 등의 형태로 추진하는 것은 편법임을 국민들에게 알려야한다.

나가며

‘판문점 선언’이나 ‘싱가폴 합의’ 이후의 기대에 비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은 매우 미흡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진정 폐기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증대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한편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최대한 경주하면서도 기대만큼 빠르거나 확실하지 않을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비록 낭비로 판명되더라도 북핵에 대한 대비태세를 다시 한번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에 대한 희망을 놓아버릴 수는 없다. 본격적인 비핵화 게임은 지금부터일 지도 모른다. 지나친 낙담은 초기의 과도한 낙관처럼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부터 제대로 하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실수가 아니라 축복이 된다. 그동안의 경과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목표와 전략을 재정비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최후의 승자는 우리가 될 것이다.

<북핵 전문가 4인 공동기고>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원장 /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상 가나다 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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