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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덫-약품⑥]'4차 산업 핵심' 제약·바이오…거꾸로 가는 약가제도에 발목


입력 2018.08.16 06:00 수정 2018.08.16 06:08        손현진 기자

미래형 신산업으로 제약·바이오 낙점한 정부…산업 육성책 대대적 발표

산업 경쟁력 끌어올릴 약가정책은 그대로…기업 옥죄는 규제만 강화

정부가 제약·바이오 분야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했지만, 업계에서 선결과제로 지목해온 약가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제약·바이오 분야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했지만, 업계에서 선결과제로 지목해온 약가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제약·바이오 분야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하면서 적극 육성하겠다고 천명해왔지만, 업계에서 선결과제로 지목해온 약가제도 개선은 뒷짐을 지고 있다. 오히려 기업 제재 조치의 하나로 약가인하를 활용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청와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34번째로 제시된 과제는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 및 육성'이었다. 특히 제약·바이오를 미래형 신산업 분야 중 하나로 지목하고,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 산업화와 해외진출 등을 지원해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또한 같은 해 12월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공개했다. '국민에게 건강과 일자리를 드리는 제약강국으로 도약'이라는 비전에 따라 향후 5년간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신규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고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업계에서도 당시 정부의 산업 육성책을 환영하면서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보답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산업 발전의 핵심으로 꼽히는 약가정책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정부 시책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2012년에는 정부 주도로 대규모 약가 일괄인하가 이뤄져 국내 제약사 매출이 일제히 내려앉기도 했다. 약가정책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바꿔야 신약개발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요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약가인하 기조를 유지할 경우 국내 신약 가격도 해외 경쟁사에 비해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글로벌 사업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해외에서 유통을 담당할 현지 파트너사도 우리나라 의약품이 저렴한 만큼 수익성이 낮아 판매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제재 조치로 약가인하를 활용하면서 업계 진통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제재는 법적 처분을 받는 것과 별도로, 기업 측에 장기적인 매출 타격을 입히는 방안이다.

지난 3월 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11개 제약사의 340개 약제에 대한 가격을 평균 8.38% 인하하는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했다. 리베이트 위반 약제가 건보 약제급여 목록에서 삭제된 후 동일 성분으로 재등재됐거나 양도·양수로 타 제약사에서 재등재한 경우도 약가를 깎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 조치로 총 17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부 제약사들은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일부 개인이 자행한 리베이트에 따라 해당 의약품 품목의 약가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최근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지정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관리 기준에서도 리베이트에 따른 불이익을 확대한 만큼 옥상옥 규제 논란도 예상된다.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대형 제약사가 탄생하려면 혁신 기술에 대한 보상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정부 시책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며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높일 타개책을 더욱 다각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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