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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사르탄 고혈압약' 제약사 상대 손배소 논란 확산


입력 2018.09.20 06:00 수정 2018.09.20 06:25        손현진 기자

복지부 "건보 재정지출, 제약사가 부담해야"…업계선 '부당하다' 반발 커져

보건복지부가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를 판매한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가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를 판매한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가 불순물 논란에 휩싸인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를 판매한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액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발사르탄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을 사용한 제약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안이 담긴 '발사르탄 사태 관련 조치 현황 및 향후 계획'을 의결했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 원료인 발사르탄에서 불순물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함유된 것을 확인하고, 해당 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품에 대해 판매와 제조·수입 등을 잠정 중단했다. 식약처의 제품 수거 및 조사가 마무리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최종 판매 중지된 고혈압약은 59개사의 175개 품목에 이른다.

보건당국은 당시 문제가 된 고혈압 약을 복용해온 환자들이 다른 약으로 재처방 받을 때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분을 제약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시각이다.

근거는 건강보험법 제58조다. 이는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액을 환수하는 안이 유력하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로 건강보험이 사태 수습에 따른 손실을 떠안은 상황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판매 중단된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는 전국적으로 18만 명에 달하고, 이 중 대체약으로 재처방 받은 비율은 80%를 웃돈다. 업계는 이에 따라 발생한 건강보험 부담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해 재처방·조제 급여청구가 아직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연말까지 청구분을 정산하고 내년 초에는 제약사별 청구액이나 소송 규모 등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제약사에 발사르탄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된 고혈압약들도 엄연히 식약처 지침에 따라 적법하게 제작·판매된 것이며, 의약품 안전관리에서도 인체 유해 가능성은 드러난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유관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시험성적서에도 NDMA 관련 항목이 없었던 만큼 기업 입장에서 해당 성분의 위험성을 먼저 인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NDMA가 암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다는 점도 논란이지만, 복지부는 그와 관련 없이 이번 발사르탄 사태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제약사가 체감하는 손실은 이미 막대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문제의 발사르탄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판매가 중지된 제품도 있다"며 "식약처가 2015년 1월부터 단 한번이라도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을 쓴 의약품이라면 판매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네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오리지널 의약품 중심으로 시장 지형 자체도 바뀌고 있다"며 "정부 시책에 따른 재정부담까지 제약사가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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