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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방사성폐수 속 세슘만 잡아내는 미세 수중로봇 최초 개발


입력 2019.06.19 14:36 수정 2019.06.19 14:36        조재학 기자
연구를 주도한 박찬우 박사가 미세수중로봇을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를 주도한 박찬우 박사가 미세수중로봇을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폐수의 안전한 처리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폐수 속을 헤엄치며 방사성물질인 세슘만 제거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해체기술연구부 박찬우 박사팀이 원격 제어로 방사성 폐수 속을 유영하면서 세슘을 감지‧제거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방사성 폐수는 원자력시설의 운영‧사고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폐수 속에는 세슘, 코발트 등 핵종이 포함돼 있다.

그 중에서도 방사성 세슘은 물에 잘 녹아 외부 유출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제거가 까다롭고, 반감기도 30여년에 이른다. 또 감마선을 방출하고 체내 흡수 시 근육 등에 축적될 수 있다. 환경에 유출될 경우에는 장기간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방사성 폐수 정화 과정에서 중요한 핵종 중의 하나이다.

현재 세슘 제거에 주로 사용되는 흡착제의 경우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까다로운 준비가 필요할 뿐 아니라 사용한 흡착제와 설비 자체가 2차 폐기물로 남는 한계가 있다. 이에 원자력연구원은 그간 미생물이나 나노자석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 방사성 폐수 처리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은 머리카락 두께의 1/10인 약 7㎛(마이크로미터) 크기로 육안으로는 파우더처럼 보인다. 세슘을 흡착하는 페로시안화구리(copper ferrocyanide)를 입힌 이산화규소 마이크로입자가 기본 몸체인데 입자의 한 쪽 면에는 백금 촉매와 니켈을 코팅해 운동 능력을 갖췄다.

방사성 세슘 제거를 위한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개념도.ⓒ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 세슘 제거를 위한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개념도.ⓒ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 폐수에 미세 로봇과 과산화수소를 함께 넣으면 백금 촉매와 과산화수소가 화학적으로 반응하며 산소 방울이 생기는데 이를 추진력으로 삼아 움직인다. 또 자성을 가진 니켈의 특성을 이용해 외부에서 자기장으로 로봇의 이동을 제어할 수도 있다.

미세 로봇은 다양한 에너지로 움직임을 제어하고 주어진 기능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1㎜ 이하 초소형 장치를 통칭한다.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은 물 속에서 이동하며 방사성 세슘을 빠른 속도로 제거할 수 있어, 움직이지 않는 기존의 수동형 흡착제에 비해 세슘 제거 속도가 60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폐수 속에 세슘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나트륨과 같은 경쟁 이온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98% 이상의 세슘을 성공적으로 제거해 폐수 정화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성 폐수의 특성상 작업자의 피폭을 예방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이 로봇은 외부에서 자기장을 조절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세슘 포획 후 미세 로봇만 회수해 방사성폐기물로 분리‧처분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연구를 주도한 박찬우 박사는 “미세 수중로봇은 방사성 폐수 처리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수계 환경 정화, 산업 폐수 정화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보다 더 친환경적인 추진체를 개발하고 원격제어기술을 보완하는 등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은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안전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가 현안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원자력연구센터 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환경 분야 저명 학술지인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5월호에 게재됐으며, 지난달 27일 관련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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