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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주의' 은행 보증대출 250조 육박…금융 불안 '新 뇌관'


입력 2019.07.09 06:00 수정 2019.07.08 17:33        부광우 기자

1년 만에 31.2조 불어…담보·신용대출 증가율 압도

가계부채 누증 '주범'…'나 몰라라' 여신 관행 여전

1년 만에 31.2조 불어…담보·신용대출 증가율 압도
가계부채 누증 '주범'…'나 몰라라' 여신 관행 여전


국내 5대 은행 보증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보증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의 보증대출이 1년 새 30조원 넘게 불어나며 2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차주의 담보나 신용을 평가하기보다 이처럼 다른 기관의 보증을 전제로 내준 대출이 훨씬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보신주의가 심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 과도한 보증대출이 우리 금융 시장의 잠재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은행들의 나 몰라라 식 여신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19개 은행들의 보증대출 잔액은 총 249조3860억원으로 전년 동기(218조1879억원) 대비 14.3%(31조198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증가율은 담보와 신용대출에 비해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담보대출이 841조7046억원에서 889조3056억원으로 5.7%(47조6010억원)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세 배에 가까운 속도다. 또 신용대출이 486조5444억원에서 496조8340억원으로 2.1%(10조2896억원) 증가한 것 보다는 일곱 배에 달할 정도로 빠른 수준이다.

주요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보증대출이 41조576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35조3450억원)과 비교하면 17.6%(6조2315억원) 늘어난 액수다. 신한은행도 33조129억원에서 39조476억원으로, KB국민은행 역시 32조4742억원에서 38조8033억원으로 각각 18.3%(6조347억원)와 19.5%(6조3291억원)씩 보증대출이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또 NH농협은행은 28조601억원에서 32조7707억원으로, KEB하나은행은 27조8088억원에서 32조518억원으로 각각 16.8%(4조7106억원)와 15.3%(4조2430억원)씩 증가하며 보증대출이 30조원 대로 올라섰다.

은행들이 담보나 신용보다 보증을 낀 대출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차주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이전보다 몸을 사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돈을 빌려준 차주에게 불의의 변수가 생겨 대출에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보증대출은 관련 기관의 대위 변제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보증대출은 담보·신용대출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여신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금융 시장 전반의 관점에서 보면 보증대출이 마냥 달가운 존재만은 아니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대출이라는 점에서 상환 능력 심사나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이미 천문학적으로 확대된 가계부채를 추가적으로 증대시키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더불어 보증대출에서의 부실이 가시화할 경우 그에 따른 신용 위험이 보증기관들로 이전될 수 있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달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빠른 속도로 늘어난 보증대출이 가계부채를 누증시키고 있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보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45.7%, 지난해 52.8% 등으로 높은 수준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공적기관을 통한 지나친 보증대출 취급이 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저하시키고, 개인들의 신용관리 유인도 떨어뜨려 금융 시스템과 소비자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당장 손쉽고 부담 없는 대출에 열을 올리면서, 국내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보증대출이 앞으로 금융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보증대출을 늘리는 것은 수익성 저하를 일정 부분 감내하는 대신, 져야할 위험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과 연체율 악화 등에 따른 압박으로 은행들이 여신 영업에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보증대출이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대출이 금융 시장 안정 측면에 끼칠 리스크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라면서도 "변동성이 커졌을 때 부실을 금융권 전체로 전이시키는 취약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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