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日 보복에 치솟는 환율…달러예금 깬 고객들 '속앓이'


입력 2019.08.07 06:00 수정 2019.08.06 21:38        부광우 기자

4대銀 달러예금 감소세 전환…지난 달에만 3.1억달러 이탈

환차익 끝난 줄 알았는데…일본 몽니에 원화 가치 또 발목

4대銀 달러예금 감소세 전환…지난 달에만 3.1억달러 이탈
환차익 끝난 줄 알았는데…일본 몽니에 원화 가치 또 발목


국내 4대 은행 달러 예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달러 예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의 달러 예금이 최근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던 환율이 정점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달러 예금에서 돈을 뺀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에 원화 가치가 더욱 떨어지면서 일찌감치 외화 자산을 거둬들인 고객들만 속을 끓이게 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달러화 예금 잔액은 총 350억400만달러로 전월 말(353억1500만달러) 대비 0.9%(3억11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4개 은행 달러 예금에서만 한 달 새 우리 돈으로 3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한 셈이다.

은행별로 봐도 거의 모든 곳들의 달러 예금이 축소됐다. 조사 대상 은행들 가운데 가장 많은 외화 예금을 확보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경우 달러화 예금이 같은 기간 132억3800만달러에서 3.3%(4억3900만달러) 줄어든 127억9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아울러 국민은행도 73억900만달러에서 71억9000만달러로, 신한은행 역시 65만6900만달러에서 65만3400만달러로 각각 1.6%(1억1900만달러)와 0.5%(3500만달러)씩 달러 예금이 감소했다. 우리은행만 달러 예금이 81억9900만달러에서 84억8100만달러로 3.4%(2억82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의 달러 예금이 확대 흐름을 이어온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월별 거주자 외화예금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국내 은행들이 확보한 달러 예금은 33억2000만달러나 늘었었다.

이처럼 달러 예금에 돈이 몰렸던 가장 큰 이유는 눈에 띄게 오른 환율에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 장기화 등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진 탓에, 상대적으로 달러의 매력은 커져 왔다. 실제로 지난해 말 1115.7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6월 말 1154.7원까지 상승하며 상반기에만 3.5%(39.0원) 올랐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외화 자산으로 향한 측면도 달러 예금의 인기에 한 몫을 했다. 달러 예금은 이자가 붙으면 관련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환율이 오를 때 달러를 팔면 발생하는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그런데 7월에만 환율이 3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달러 예금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분위기도 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오히려 너무 오른 환율이 불어나던 달러 예금에 제동을 건 요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에 육박하자 환차익 실현에 나선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지난 달 말 원/달러 환율은 1183.1원으로 한 달 새 2.5%(28.4원)나 상승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러 환율은 더 치솟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우리나라를 향한 경제 보복 수위를 높이면서, 원화 가치에 새로운 악재가 쌓이게 된 까닭이다.

지난 달 달러 예금에서 자산을 회수한 이들로서는 아쉬움을 곱씹게 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하루 만에 17.3원 상승한 1215.3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1200원을 돌파했고, 다음 날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환율은 2016년 3월 9일(1216.2원)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 상 원화 가치는 최근의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에 따른 역풍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각국의 무역 갈등에는 정치적 요인이 겹쳐 있어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예측이 어려운 만큼, 당분간 환율 투자에는 남다른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