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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4조' 외화 예금 이탈에 은행들 '긴장감'


입력 2019.10.14 06:00 수정 2019.10.14 05:51        부광우 기자

8월 말 보유량 709.7억달러…지난해 말보다 34.9억달러↓

기업 외화벌이 부진 역풍…'건전성 악화' 은행 부담 가중

8월 말 보유량 709.7억달러…지난해 말보다 34.9억달러↓
기업 외화벌이 부진 역풍…'건전성 악화' 은행 부담 가중


국내 외국환은행 거주자 외화예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외국환은행 거주자 외화예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예금 규모가 올해 들어서만 4조원 넘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무역 분쟁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외화벌이가 힘겨워지면서 그 여파가 은행들에게까지 미치는 모습이다. 외환위기의 최전방 방파제 역할을 해 줘야 할 예금이 축소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 시장의 불안 속 외화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은행들의 긴장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외국환 은행이 보유한 거주자 외화 예금은 709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말(744억6000만달러)보다 4.5%(34억90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거주자 외화 예금은 ▲내국인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 예금을 가리킨다.

조사 대상 기간 동안 줄어든 외화 예금 액수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조2000억여원에 달한다. 이처럼 은행들의 외화 예금이 크게 축소된 가장 큰 이유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이를 크게 축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기업들이 은행에 맡긴 외화 예금은 596억달러에서 558억9000만달러로 6.2%(37억1000만달러)나 감소했다. 개인들의 은행에 외화 예금은 오히려 148억6000만달러에서 150만8000만달러로 1.5%(2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예전만큼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10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무역 위축과 반도체 단가 하락 등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역시 수출은 447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1.7% 감소했다.

이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에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겹쳐지는 등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대외 여건 악화의 역풍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외화 예금은 당분간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 전망이다.

줄어드는 외화 예금은 은행들의 짐을 무겁게 하는 요소다. 은행들은 외화 예금이 적어지면 단기적으로 해외에서 외화를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늘게 된다. 그 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 외화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를 바라만 볼 수 없는 은행들의 입장을 감안하면 이런 측면 역시 관리 비용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미 대형 은행들의 외환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말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12.6%로 1년 전(132.1%)보다 19.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외화 LCR은 은행의 외화 건전성을 평가할 때 쓰는 대표적인 지표다. 기준 시점으로부터 향후 1개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외화 순유출 규모와 비교해 현금이나 지급준비금, 고신용채권 등 유동성이 높은 외화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은행별로 보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외화 LCR이 108.7%에서 96.0%로 12.7%포인트 하락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 이 수치가 100%에 미치지 못하는 유일한 사례였다. 외화 LCR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확보하고 있는 고(高)유동성 외화 자산이 최악의 경우 한 달 동안 빠져나갈 수 있는 외화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 농협은행의 외화 LCR이 117.2%에서 105.3%로 11.9%포인트 떨어지면서 신한은행 다음으로 낮았다. 우리은행 역시 119.1%에서 106.7%로, 국민은행도 147.1%에서 123.6%로 외화 LCR이 각각 12.6%포인트와 23.5%포인트씩 하락했다. 하나은행의 외화 LCR은 168.2%에서 36.8%포인트 내린 131.4%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계 교역 둔화와 홍콩 및 브렉시트를 둘러싼 리스크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외환 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보이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인 만큼, 은행들로서도 외화 예금 이외에 새로운 대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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