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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폭로, 정말 이별폭력이었나


입력 2019.10.14 08:20 수정 2019.10.14 08:14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선 단죄 후 사실확인’ 관행을 고쳐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선 단죄 후 사실확인’ 관행을 고쳐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구혜선이 지난 13일 SNS에 “이혼 소송은 진행 중이고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그를 증오했고 망가지길 원했다. 이제 내 할 만큼 분풀이를 했으니 이제 그가 여기 나타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라는 글을 올렸다.

그후 주말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평화로운 일상 사진과 함께 작품 작업 내용도 알렸다. 분풀이 할 만큼 했다면서 일상을 알린 것을 보면 안재현을 향한 폭로전쟁이 일단락된 것일까? 허탈하다. 이렇게 끝내려고 그렇게 일을 크게 벌였단 말인가?

조용히 헤어지는 여느 스타부부와는 달리 그녀가 안재현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권태기로 인한 안재현의 변심과 신뢰 훼손을 문제 삼았는데, 부부 관계가 틀어지는 것에는 아주 복잡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당사자 이외엔 알 수 없는 내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모든 것을 안다는 듯 안재현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구혜선의 태도가 이상했다. 자신이 그렇게 나오면 안재현이 연예계 매장될 것이 뻔했다. 사람을 매장시킬 정도면 그가 엄청난 잘못을 했어야 말이 된다. 그런데 구혜선이 제시한 이유는 그저 ‘변심’이었다. 그 정도 이유로 사람을 매장시킨다? 말이 안 되는 주장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구혜선을 무조건 지지했다.

그후 구혜선은 더 구체적인 폭로를 이어갔다. 신뢰가 훼손됐다며 안재현이 소속사의 여성 대표와 부적절한 험담을 나눈 것처럼 주장하고, 주취 상태에서 다수 여성과 긴밀하게 연락하며, 자신을 버려두고 여성과 생일 파티를 즐겼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안재현은 결국 매장 지경에 이르렀다. 예정 됐던 예능에서 하차하고 일부 광고도 중단됐다. 하차를 결정하지 않은 드라마엔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 불매운동을 방불케 하는 ‘보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 안재현 불매운동’이 터졌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파장이어서 이 사건은 단순한 연예인 이혼이 아닌, 한 개인에 대한 대중의 부당한 마녀사냥이라는 사회적 사건이 되었다. 마녀사냥당한 안재현은 자신의 휴대폰 메시지를 포렌식해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거기에서 구혜선의 몇몇 거짓 주장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나타났다.

구혜선은 또 다른 폭로로 응수했다. 안재현의 외도가 문제라며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여배우와의 염문설을 제기했다. 여배우와 호텔에서 찍힌 사진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는 단 한 편이기 때문에 여배우는 바로 특정이 됐고, 해당 여배우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 주장도 의아한 것이 드라마 촬영은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인데 반해 구혜선, 안재현 부부는 그 이전부터 관계가 멀어졌다고 했다. 시점이 안 맞는 것이다. 안재현 측에선 문제의 사진이 결혼 전에 찍었던 것으로 두 사람의 결혼 생활과는 상관이 없으며, 구혜선 측에서도 이를 안다고 주장했다.

구혜선은 결국 문제의 사진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사진의 내용이 불륜의 증거랄 것도 없거니와, 안재현이 ‘처박아 놓았던’ 구 사진기에서 구혜선이 발견한 결혼 전 사진에 불과하고 이 에피소드가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미 방송된 적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나서 최근에 구혜선이 ‘증오했다. 망가지길 원했다. 분풀이했다’는 식의 글을 올린 것이다. 이게 단지 구혜선이 이별에 앙심을 품고 허위 주장과 폭로로 상대를 공격한 것이라면 상황이 심각하다. 이별에 불복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이별폭력이다. 구혜선은 연예인 안재현을 매장시킬 정도로까지 공격했으니 사회적 폭력의 정도가 중하다. 설사 사실을 적시했어도 과연 매장시킬 정도로 공격하는 게 정당한가라는 물음이 생기는데, 심지어 허위 주장이라면 가벼운 일이 아니다.

이별폭력은 흔히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고 처벌도 받는다. 구하라도 남성에게 이별폭력을 당했다. 하지만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도 남성에게 부당한 가해 행위를 할 수 있다. 구혜선은 사회를 이렇게 흔들어놓고 안재현을 매장 직전까지 몰고 갔으면,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이번 사건엔 대중의 책임도 크다. 구혜선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는 상황에서 덮어놓고 안재현을 매장하는 데에 동조했다. 사실관계도 모르면서 일단 단죄부터 한 것이다. ‘선 단죄 후 사실확인’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부당한 인민재판이 반복될 것이다. 물론, 구혜선 안재현 사이에 있었던 진실은 아직 모른다. 구혜선의 해명을 들어봐야 한다. 어쨌든 모르면 판단 유보다. 무지한 상태에서의 단죄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만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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