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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약속 공염불'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 줄줄이 내리막


입력 2019.11.01 06:00 수정 2019.10.31 22:10        부광우 기자

5대銀 DC형 평균 1.58% 머물러…전 분기比 일제히 하락

증시 불황에 금리 추락 '이중고'…"성적 제고" 공염불되나

5대銀 DC형 평균 1.58% 머물러…전 분기比 일제히 하락
증시 불황에 금리 추락 '이중고'…"성적 제고" 공염불되나


국내 5대 은행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직전 1년 간 수익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직전 1년 간 수익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들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최근 들어 줄줄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 운용 성과와 고객의 은퇴 자산이 상대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된 DC형 상품의 수익률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은 걱정을 한층 키우는 대목이다. 증시 불황과 기준금리 추락의 이중고 속에서 퇴직연금에 드리운 먹구름이 점점 짙어져 가는 가운데 수익률 개선을 약속했던 은행들의 외침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개 은행들의 직전 1년 간 DC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58%로 전 분기(1.66%) 대비 0.0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DC형은 확정급여(DB)형, 개인형(IRP)과 함께 퇴직연금을 구성하는 세 종류의 상품들 중 수익률에 비교적 민감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근로자가 자신의 적립금을 직접 투자처에 분배해 퇴직연금을 불릴 수 있도록 고객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반면 DB형은 은행의 운용 성과와 별개로 근로자가 퇴직할 때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IRP는 근로자가 은퇴 시 받은 퇴직금을 운용하거나, 재직 중인 근로자가 DB·DC형 외에 추가로 돈을 적립해 운용할 수 있는 특수 상품이다.

은행별로 보면 5대 은행들 모두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하강 곡선을 그렸다. 우선 농협은행 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같은 기간 1.51%에서 0.06%포인트 하락한 1.45%에 머물며 최저를 기록했다. 이어 우리은행의 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1.59%에서 1.50%로 0.09%포인트 떨어지며 낮은 편이었다.

그 다음으로 국민은행 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1.71%에서 1.56%로 0.15%포인트나 내려가며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이밖에 하나은행이 1.67%에서 1.60%로, 신한은행이 1.83%에서 1.80%로 각각 0.07%포인트와 0.03%포인트씩 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떨어졌다.

이처럼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요인으로는 우선 얼어붙은 증시가 꼽힌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DC형 퇴직연금 가운데 상당 부분 주식에 투자되는 원금 비보장형 수익률이 0.99%에서 -0.32%로 1.31%포인트 급락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2130.62에서 2063.05로, 코스닥 지수는 690.53에서 621.76로 각각 3.2%(67.57포인트)와 10.0%(68.77포인트)씩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안전 투자형 상품의 성적이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면서 은행들은 전반적인 퇴직연금 수익률 만회에 실패한 모습이다. 5대 은행들의 원금 보장 DC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75%에서 1.82%로 0.07%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더욱 큰 문제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투자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통상 금융 상품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나타낸다. 그런데 제로금리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통적인 안전 자산을 통한 퇴직연금을 불리기에는 한계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 기준금리 인하가 두 차례 더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일제히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은행들에게 이런 상황은 무거운 짐을 안기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잇따라 그룹 차원의 사업 개편을 통해 퇴직연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내민 상태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에 뚜렷한 개선이 없을 경우 비판 여론은 확산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주식 시장에 자금이 유입돼 증시 회복으로 이어지면 투자 상품들의 성적도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이런 성순환을 장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전사적인 역량을 동원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방안을 발표했던 여러 은행들로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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