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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 집 샀다' 경제 성장률 비웃는 가계부채 '시한폭탄'


입력 2019.11.22 10:33 수정 2019.11.22 11:26        부광우 기자

3분기 가계신용 1570조 돌파…銀 주택담보대출만 13조↑

경기 불황에 부담 가중…꿈틀대는 투자 심리 속 긴장 고조

3분기 가계신용 1570조 돌파…銀 주택담보대출만 13조↑
경기 불황에 부담 가중…꿈틀대는 투자 심리 속 긴장 고조


국내 가계신용 증가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가계신용 증가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우리나라 가계 빚이 157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와중 주택담보대출이 한 분기 만에 13조원이나 늘며 가계부채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정부 규제로 증가세가 다소 꺾였다고는 하지만, 경기 침체 속 여전히 경제 성장률의 세 배가 넘는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가계 빚을 둘러싸고 금융 시장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57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사상 최대치였던 전 분기 말(1556조8000억원)보다 다시 15조9000억원 늘어난 액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은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가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통계다.

전체적인 가계 빚의 규모만 놓고 보면 증가세는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21조5000억원, 22조8000억원씩 늘던 가계신용은 올해 1분기 확대 폭이 3조2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다 지난 2분기 16조8000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가, 3분기 들어 소폭 축소된 모습이다.

이는 올해 6월부터 제 2금융권에도 적용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DSR이 도입되면 그 만큼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진다. 이에 올해 3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기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각각 1조9000억원과 3조2000억원씩 감소했다.

그 대신 은행들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의 추이가 심상치 않아 졌다. 만약 은행들을 통한 주택담보대출까지 진정세를 보였다면 가계부채 전반의 상승 곡선은 훨씬 더 내려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3분기 동안에만 13조원 급증했다. 이는 2016년 3분기(13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이렇게 확대된 배경에는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파트 매매가 증가하고,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늘면서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집값이 잠시 멈칫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확연한 오름세로 돌아서기 시작하자 뒤늦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해석이다.

가계 빚 증대에 더욱 우려스러운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불안한 국내 경제 여건에 있다.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기는커녕, 저성장이 심화하는 상황 속 부채만 계속 쌓이면서 가계가 짊어지게 된 짐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올해 분기별 가계신용 증가율은 ▲1분기 4.9% ▲2분기 4.3% ▲3분기 3.9%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3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들이다. 이런 도중 올해 2분기 기준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86.1%까지 치솟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19개 회원국들의 지난해 평균(130.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 문제는 한은 기준금리 추락으로 제로금리 시대까지 거론되면서 투자 심리가 더욱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갔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어지며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빚의 규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는 측면이 염려스러운 대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여기는 수요가 확대되면서 앞으로 더 가계 빚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경제 침체 지속으로 인한 가계 대출 상환 능력 악화가 현실화할 경우 차주는 물론 돈을 빌려준 금융권까지 위기에 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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