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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선점한 자가 승자?…'선착순 부동산정책'이 남긴 그림자


입력 2019.12.18 06:00 수정 2019.12.17 22:12        부광우 기자

신한·국민銀 LTV 60% 초과 비중 34.6%…차주들 '버티기 모드'

대출 한도 더 옭아맨 부동산 대책…멀어지는 서민들 내 집 마련

신한·국민銀 LTV 60% 초과 비중 34.6%…차주들 '버티기 모드'
대출 한도 더 옭아맨 부동산 대책…멀어지는 서민들 내 집 마련


신한·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담보인정비율 60% 초과 비중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한·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담보인정비율 60% 초과 비중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내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여전히 집값의 60%가 넘는 빚을 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 같은 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꾸준히 낮추며 은행의 문턱을 높이는 가운데 일찌감치 많은 대출을 동원해 집을 산 이들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런 와중 정부가 LTV 상한을 또 내리기로 하면서 결국 선착순 식 정책에 앞서 합류한 사람들만 부동산 가격 상승의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는 역차별 논란과 함께, 이에 뒤늦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보유한 주거용 부동산담보 대출 중 LTV가 60%를 초과하는 금액은 총 49조2526억원으로 전체(142조4988억원)의 34.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받은 자산 가치 비율로, 고객 입장에서는 그에 해당하는 액수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했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 LTV 60%가 넘는 금액이 31조2526억원으로 전체(91조4246억원)의 34.2% 수준이었다.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51조742억원 가운데 35.4%인 18조571억원이 LTV 60%를 초과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이처럼 LTV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고(高) LTV로 분류, 위험이 높다고 보고 은행들의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기자본비율 등 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계산할 때 이 같은 대출에 대한 위험 가중치를 높게 매겨 축소를 유도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의 고 LTV 대출은 오히려 다소 확대됐다.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돈을 빌려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꾸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한·국민은행의 LTV 60% 초과 주택담보대출은 1년 전(49조2300억원)보다 0.2%(797억원) 증가했다. 이에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고 LTV 비중도 소폭(0.0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이런 흐름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겠다며 아예 LTV 마지노선을 직접 끌어내리는 강경 조치를 내놓은 뒤에도 별다른 변화 조짐이 없다는데 있다. 사실상 LTV 규제의 막차를 타며 대출을 끌어 모은 이들이 대부분 이탈 없이 비교적 큰 이자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LTV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1년여 전의 일이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부동산 값이 들썩이는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내 주택 구매 시 대출 가능한 LTV를 40%로 제한하면서다. 가장 규제를 완화한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도 LTV 50%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래도 집값이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번에 정부는 LTV 상한선을 더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달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에서 기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대해 적용 중이던 LTV 40% 한도를 집값 구간별로 나눠,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입하려 할 때는 이를 20%까지 낮추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고공행진을 벌이면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LTV 규제가 강화된 9·13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기 전에 미리 많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이 불어난 금융비용을 감안해도 투자에 성공한 셈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 9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 값은 0.17% 오르며 24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아울러 서민들의 주택 장만은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나치게 낮아진 LTV 한계선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현금을 보유한 부자들만 집 구매가 가능해지는 역효과가 심화할 것이란 목소리다.

특히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30대나, 아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이런 현실은 더욱 큰 박탈감을 안길 전망이다. 기대 소득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에서 LTV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 자금을 모으기는 한층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2000달러 안팎으로 지난해 3만3434달러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집값을 감안할 때 서민들은 상당한 대출 없이 수도권 아파트 구매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LTV가 20%까지 강화되면 일반적인 직장인의 내 집 마련은 더 요원해질 것"이라며 "이어지는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문부호가 여전한 현실 속에서 서울 핵심 지역 부동산이 상당한 현금을 들고 있는 자산가들의 전유물이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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