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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짜뉴스' 여야 면피?...환경부 공무원의 오만한 '의혹'


입력 2019.12.24 07:00 수정 2019.12.24 10:23        최승근 기자

종이박스 퇴출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핵심...장바구니 크기로 본질 호도

자율협약 앞세운 책임 회피?...청와대 청원‧탁상공론 지적 댓글 넘쳐나

종이박스 퇴출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핵심...장바구니 크기로 본질 호도
자율협약 앞세운 책임 회피?...청와대 청원‧탁상공론 지적 댓글 넘쳐나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중소형장바구니를 이용하여 담기 어렵다는 건 마트사별로 대형장바구니를 마련했다는 걸 아시고 쓰신 걸로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실 목적인걸로 보입니다.”

지난 20일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종이박스 퇴출에 대한 소비자와 업체들의 반응 기사를 보도 한 뒤 환경부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받은 항의 메일의 일부분이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목적'이라니. 독자에게 굳이 틀린 정보를 주기위해 취재 활동을 한다? 가짜뉴스란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도무지 행간을 이해 할 수 없어 그대로 인용해 봤다.

현재 소비자들이 보통 사용하고 있는 장바구니는 중소형 크기다. 마트에서 제작해 고객 사은품으로 제공하거나 판매한 장바구니도 마찬가지다.

구입한 상품을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장바구니 하나에 담기엔 무리가 있어 종이상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무시돼선 안된다는 보도였다. '크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편의성'에 대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논란 이후 나름의 대안으로 몇몇 마트들이 대형 장바구니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기사에 포함하지 않았던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대형 장바구니 이야기는 환경부의 항의에 업체들을 취재한 결과 확인 할 수 있었다.

대형 장바구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지만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들, 미안하지만 기사가 달라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장바구니의 크기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크기와 상관없이 매번 장바구니를 챙겨가는 수고, 가져갔지만 모두 담을 수 없어 보증금을 지불하고 빌리거나 구입을 해야 할 때, 깜빡 잊고 못 가져 갔을 때 등 종이박스가 사라짐으로써 소비자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쟁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심한 것이다.

기사는 환경부가 강조하는 환경보호라는 대의명분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도 생각해 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니 '대형' 운운하는 환경부 담당의 항의에 실소를 할 수 밖에.

환경부는 자율포장대 종이박스 철수가 정부 정책이 아니고, 대형마트의 자발적 협약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1회용품 줄이기 중장기 계획의 일환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손 안대고 코를 푸는 격’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된 바 있다. 환경부가 직접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면서 정책 효과는 달성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자발적’이라는 표면적인 이유가 정부로서는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면죄부가 된 셈이다.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해달라는 취지에 대해 해당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시각은 조금 다른 듯 하다. 대형 장바구니면 종이박스 퇴출로 발생할 소비자의 모든 불편이 해결된다는 의미인가. 논점을 크게 벗어났다.

종이박스를 없앤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만 가도 수천명이 넘는다. 관련 기사에는 환경부 정책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담긴 댓글도 넘쳐난다. 환경부 논리대로라면 수천명의 청원인과 댓글을 단 소비자들이 대형장바구니를 사용하지 못해 종이박스 문제를 거론한다는 이야기인가.

장바구니의 크기에 발끈하고 집착할 문제가 아니다. 논점을 흐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게 가짜뉴스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환경부 담당 공무원의 이 같은 지적이 가짜뉴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환경부의 반박이 정부 정책에 찬성 아닌 겨냥을 한 기사는 무조건 가짜뉴스라는 오만함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도대체 그렇게 항의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종이박스 문제가 정책이라기 보다 업계의 자발적인 활동이어서 환경부는 상관없다는 투의 설명도 문제 소지가 있다. 국민들이 불편해 하는 문제라면 정부가 중간자 역할을 자처해 개선된 방안을 찾을 수 있게 조정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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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게시판이나 비판 댓글들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중재 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 이야기가 난무하는 요즘, 기사를 보고 누군가 화를 냈던걸까, 아니면 정책을 지적하는 기사가 가짜뉴스가 되면 면피를 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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