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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간다던 정부인증 선박평형수 처리기술…설치는 달랐다


입력 2020.02.11 13:34 수정 2020.02.11 13:45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정부, 민원인 진정으로 확인 후 형식승인 취소…1145척 검정했지만 ‘몰랐다’

정부에서 선박평형수처리설비 형식승인을 받은 업체가 승인 받은 것과 다른 설비를 사용해 최근 정부가 형식승인 취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이 설비는 국내 선박 75척과 해외 선박 1070척 등 총 1145척에 설치를 마친 상태로 확인됐다. 선박에 설치될 때마다 검정을 받아야 했던 설비가 모두 형식승인과 다르게 설치됐지만 검정기관은 이를 몰랐다.


결국 작년 11월 한 민원인이 진정을 넣으면서 소관부처인 해양수산부가 관련기관과 사실조사를 거쳐 지난 6일 최종 형식승인 취소처분을 내렸다. 동시에 해수부는 선박평형수관리법에 따라 형식승인 된 처리설비로 교체하도록 하는 보완 명령도 함께 전달했다.


문제가 된 형식승인은 선박 부품회사인 (주)파나시아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선급·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 3개 기관의 2009년 형식승인시험에서 합격 받은 형식(12개 전등)과 다르게 제품을 생산(8개 전등)해 최근까지 검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럼에도 업체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 절차를 행정소송 및 처분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10일 법원이 직권으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형식승인 취소처분의 효력은 3월 13일까지 일단 정지된 상태다.


선박평형수처리설비 형식승인 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고시 ⓒ해수부 선박평형수처리설비 형식승인 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고시 ⓒ해수부

제조사인 업체는 형식승인과 다르게 생산된 것이 아니며 부품 성능과는 무관한데도 해수부가 형식승인을 취소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또 업체는 그간 판매한 제품의 형식(8개 전등 형식)대로 별도 형식승인시험을 통해 제품의 성능을 입증, 새롭게 형식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보완 명령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 해사산업기술과 관계자는 “사실조사 결과 형식승인과 다른 형식임이 확인돼 형식승인을 취소하고, 이미 설치된 선박에 대해서는 형식승인 된 처리설비로 교체하도록 하는 보완 명령도 함께 내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체에는 업체 주장에 따른 자료 제출과 보완조치계획서를 별도로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아직까지 업체는 ‘형식승인과 다르게 생산된 것이 아니다’라는 자료를 증빙하지 못하고 있으며, 해수부는 보완계획서를 21일까지 제출토록 주문했다.


해수부는 이 같은 조치를 업체가 불응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벌칙사항을 준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피해는 정부를 믿고 선박평형수처리설비 설치를 맡긴 선사와 선주들에게 돌아갔다. 선박 설비를 교체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이마저도 교체시기가 언제인지도 아직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귀책사유가 없는 선박소유자의 경우는 이번 형식승인 취소로 인한 별도의 불이익은 없으며, 취소 처분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파나시아의 보완 명령 이행 여부를 지속 관리할 계획”이라고만 전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시험·검정기관 등이 업체의 제품 개발과 형식승인을 제대로 검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정부와 선박 검정기관인 한국선급 등 관계자들은 “외관이나 구조 등은 살폈지만 내부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했다”면서 ‘속이려는 업체를 당할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선급에 제출해야 하는 선박평형수처리설비 검정신청서에는 ▲선박평형수처리설비의 구조도·배치도·전기회로도 및 배관도 ▲선박평형수처리설비 주요 구성품의 장치 설명서 ▲선박평형수처리설비의 기술적인 상세 설명서 ▲운전 및 정비 설명서 ▲설비 오작동에 대비한 보완 절차서 등 첨부서류를 명시해놓고 있어, 검증시스템과 정부의 형식승인 자체에 대한 신뢰도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정부는 그간 국내 선박평형수 처리기술이 40조원의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며 선박평형수 관리법을 제정하고 국내 설비의 형식승인을 도입하는 등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해왔다.


특히 세계시장 선점 확대의 방편으로 국내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형식승인과 사용승인 등을 진행해왔지만 이번 형식승인 취소로 자칫 추진력과 대외신뢰성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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