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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장관님들, 아직 자화자찬 할 때가 아닙니다


입력 2020.03.20 07:00 수정 2020.03.20 06:36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세계에 모범사례” 발언 논란 일으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섣부른 낙관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워

박능후 보건복지장관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장관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자 자유주의 국가다. 그 특성을 살리는 방역체계를 구축 중이므로, 어떤 사람에게는 낯설고 어설프게 보일 수 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방역을 하다보니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대에 맞게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면서 우리 사회의 이동권과 자유로움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제 전세계 주목을 받으며 (방역을) 끝까지 완수해나가고 싶다."


지난 12일 오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의 발언 일부다. 여야 의원의 질책이 쏟아진 이날 회의에서 박 장관은 새로운 방역을 끝까지 완수해 내겠다는 비장한 다짐을 거듭했다.


앞서 지난 8일에도 박 장관은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첫 신천지 신도 확진자인) 31번 환자 발생을 전후로 방역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우리나라 방역관리 체계는 이후에도 효과적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은 새로운 방역관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자평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 장관은 "의료계에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다.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 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해 의료진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어설픈 상황 판단력이 의료진의 노고를 깎아내리고, 섣부른 낙관이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00여명씩 증가하는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너무 앞서나간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박 장관에게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뒤질세라 다른 장차관들의 자화자찬도 잇따르고 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지난 6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우리의 방역 노력이나 그동안의 조치들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지구상에 있는 어느 나라보다도 신속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 대비 많은 수의 의심 사례를 선제적으로 검사했다"고 평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이번 조치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있는 우수한 검진 능력, 그리고 투명하고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 성과를 일궈가는 시점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국민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언행과 발언에도 신중해야 한다. 아직도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정부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논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뭘 잘했고, 뭘 잘못했는지는 굳이 정부가 나서서 떠들지 않아도 국민들이 안다.


박 장관의 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차갑다는 것을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모두가 힘든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 당국자의 메시지에 겸손함과 품격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부탁일까.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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