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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허물어지는 ‘性’벽②] 남성은 화장을, 여성은 슈트를


입력 2020.04.14 13:37 수정 2020.04.19 00:01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패션계 젠더 리스 선두주자

남녀 구분 없이 화장하는 시대


젠더 뉴트럴 브랜드 라카.ⓒ라카

세계적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공개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7명 전원이 핑크색 패션으로 맞춰 있고 등장했다. 배우 공유, 이동욱, 주지훈도 핑크색 슈트를 입었다.


여성의 색깔로 여겨졌던 핑크는 이젠 없다. 그저 자신이 입고 싶으면 입고, 어울리면 그만이다. 남성다운 패션과 여성다운 패션의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계는 젠더 리스 열풍의 선두주자다. 젠더 리스 열풍은 2015년 후반에서 2016년대 초 불기 시작했다. 패션계에서 젠더 리스는 유니섹스(unisex)와는 다른 개념이다. 유니섹스는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패션을 적용하는 의미인 반면, 젠더 리스 패션은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지 않는 식으로 전개된다.


젠더 리스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는 구찌다. 구찌는 2013년부터 젠더 불평등 해소 캠페인 '차임 포 체인지(CHIME FOR CHANGE)'를 벌여왔다. 2015년 1월 구찌의 새 크리에이터로 박탈된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패션업계에서 젠더 리스 룩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미켈레는 패션쇼에서 레드 컬러의 실크 블라우스, 7부 러플 소매 등으로 젠더리스 룩을 선보였고, 지난해 FW컬렉션에서는 아예 양성성을 내세웠다.


국내 브랜드에선 준지가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는 2017년 가을·겨울 시즌 파리컬렉션을 진행, 당시 처음으로 여성 모델을 런웨이에 올려 성·나이 경계를 파괴하는 젠더 리스 스타일을 선보여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희준 삼성물산 수석은 “당시 준지뿐만 아니라 다른 명품 브랜드에서도 남녀 경계를 허문 패션을 선보였다”며 “패션위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준지 여성복 매장ⓒ준지

여성복은 남성성에 좀 더 가까워졌다. 2018년 방송된 JTBC ‘미스티’에서 뉴스 앵커 고혜란 역을 맡은 김남주는 슈트룩으로 3040 여성 시청자들을 홀렸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캐릭터와 슈트는 딱 맞아떨어졌다. SBS ‘하이에나’의 김혜수는 슈트 패션을, ‘아무도 모른다’의 김서형은 트렌치코트룩으로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슈트를 입은 여성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준지는 올해 처음 여성 라인 전용 단독 매장을 냈다. 양 수석은 "준지에서 선보이는 옷들은 여성들이 입어도 어색하지 않다“며 ”평소 중성적인 옷을 즐겨 있는 여성들이 많아서 여성복 매장을 열게 됐다"고 전했다.


뷰티 업계에서도 젠더 뉴트럴 움직임을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은 2018년 뷰티 트렌드를 예측하는 보고서에서 신체 유형이나 성별 또는 연령이 아닌, 개인의 관심사가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젠더 고정 관념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브랜드들도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 캠페인 전면에 성 중립적인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최초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로는 라카가 있다. 라카는 모든 제품에 대해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컬러는 원래 모두의 것’, ‘취향에 맞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철학을 내세운다.


라카의 광고는 획기적이다. 남성 모델이 자신의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는가 하면, 양 볼엔 볼터치를 한다. 라카 이예슬 차장은 “모든 제품과 관련해 남녀 모두의 화보를 제작한다"며 "이런 시도로 인해 남성 소비자들은 남성 모델 화보를 통해 제품을 접하게 되고, 여성들은 더욱더 자유롭게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메이크업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2018년 5월 등장한 라카는 현재 국내 최대 헬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의 전국 700여개 매장에 입점했다. 올해 1월에는 뷰티 인플루언서 전문 MCM 회사 레페리로부터 15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 차장은 “누구나 쉽게 메이크업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든 덕에 메이크업 초보자나 남성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출시된 구찌의 ‘메모아 뒨 오더’ 향수와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가 내놓은 ‘슬로우 댄스’는 향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겼던 뷰티 유튜버 세계에서도 남성들의 활약은 돋보인다.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유튜버 수입 랭킹 5위에 오른 제프리 스타(Jeffree Star)는 구독자 1750만명을 보유한 미국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국내에서는 레오제이와 후니언이 각각 39만명과 25만명 구독자를 보유하며 기초적인 피부관리부터 색조화장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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