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윤리심판원, 공수처법 기권 문제삼아 '경고' 처분
"양심 따라 행한다" 명시한 헌법·국회법 위반 논란
당 안팎에서 '본보기 징계' '보복성 징계' 뒷말 무성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으로 결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을 징계(경고) 조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금 전 의원은 공수처 설치법에 기권하는 '소신 투표'를 했다가 친문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고, 결국 21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 서울 강서갑 경선에 패배했다. 그런데 당 윤리심판원이 '공수처법 표결 때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 전 의원에게 또한번 징계를 내려 과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선 패배 후 "내가 부족해서 진 것"이라던 금 전 의원도 이번 징계 건은 작심 비판했다.
2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고 참석자 만장일치로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을 거스르고 공수처법 표결에 기권한 것을 문제 삼았다. 금 전 의원이 국회의원 임기를 5일 남긴 때였다. 이해찬 대표는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법 찬성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적 당론이었다"며 "강제적 당론을 안 지켰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당론의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표결에 대한 징계 행위는 국회법은 물론 헌법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 114조에 따르면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 헌법 46조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립적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양심과 자율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본보기 징계', '보복성 징계'라는 뒷말이 무성해지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06년 한겨레신문에 검찰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가 검찰총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때를 언급하며 "소속 정당이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할 줄은 몰랐다"며 "공수처가 반드시 성공한다고 무슨 근거로 확신할 수 있느냐"고 했다. 나아가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에 대해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비판은 여야를 막론하고 터져 나왔다. "소신대로 판단한 걸 징계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조응천 민주당 의원), "윤미향 비판하는 사람은 금태섭 꼴 된다는 협박"(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거수기 130대도 이미 과잉인데 굳이 180대씩이나 운영할 필요가 있나. 시그널에 손만 드는 원시적인 메커니즘인데, 세비를 한 사람에게만 주고 그 사람 표에 180을 곱해 인정해주는 게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