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금융 넥스트노멀] '전인미답의 길'…그간 걸어온 경제지형은 잊어라


입력 2020.06.08 06:00 수정 2020.06.07 21:03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코로나19 이후 '가보지 않은 길' 들어서…이제 '영업전략' 아닌 '생존전략'

"대전환기에 우리의 강점 살려 '비대면 서비스업'으로 새로운 기회잡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태세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 패턴이 가져올 변화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경제 대동맥 역할을 하는 금융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언텍트’ 기류와 함께 성큼 다가올 금융의 새로운 지형은 한국 경제의 나침반일 수 밖에 없다. 앞으로 펼쳐질 금융 넥스트노멀의 다양한 모습과 이에 대한 생산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한국경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전인미답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국민소득은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하향 조정하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향후 환율 추이 등에 따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상징하던 경상수지도 4월 기준 31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31억6000만 달러 적자를 냈던 2011년 1월 이후 9년여만에 최대 적자다. 그간 숱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흑자를 기록하며 '수출한국'의 명성을 쌓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해외 투자은행(IB)이나 국제평가기관도 한국이 올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2%로 전망했고, 한국은행도 올해 한국 경제가 -0.2%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1분기(-1.3%)에 이어 2분기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외환위기에서 빠져나온 2003년 이후 17년 만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은이 경상수지 적자를 발표한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997년 외환위기는 수년간 이어진 경상수지 적자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경상수지 흑자기조의 안정적인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경상수지 적자는 늘 우리 마음 속 아픈 기억을 불러온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긴 마찬가지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브라질·아르헨티나·터키 등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 등 세계 곳곳에서 돌발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IMF는 잇따라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다가 지난 4월 펴낸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3%까지 낮춰 잡았다.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주요국이 선택한 양적완화는 기존 시장이 체질을 바꿔야하며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알리는 경고음으로 울리고 있다. 양적완화로 재정 적자가 늘어나더라도 기축 화폐국은 국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통화 팽창과 적자 확대의 부정적 영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경제는 경기침체에 대한 극약 처방으로 기준금리를 0%대로 끌어내렸다.(자료사진)ⓒ픽사베이

이미 한국경제는 경기침체에 대한 극약 처방으로 기준금리를 0%대로 끌어내렸다. 이에 금융시장은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운용 규제가 강력한 국내 보험사나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은행들은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신흥국의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이 재연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긴축발작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화가치 하락, 증시폭락 등 금융불안을 말한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대응 과정에서 신흥국의 기초 경제여건과 재정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향후 금융불안이 나타나면 대외건전성 악화 우려가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더욱이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도 'G2'가 만들어낸 거대한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한치 양보 없는 미중 무역대결에 당분간 세계경제는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중 갈등 등으로 올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2.6%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 갈등 위기는 작년보다 크게 심각해졌다. 국제 공급사슬의 불확실성이 심화함에 따라 기업의 투자 연기, 세계 무역 감소, 경기 침체가 벌어졌다"며 "양국 무역 갈등 재발은 세계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교수는 "피해를 보는 곳은 한국과 같은 소국 개방경제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개방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기업은 공습사슬의 우방화, 생산 시설의 국내외 이전 방식을 혼합함으로써 위험에 대처하고, 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일부 전략 산업에서 정책을 강화하면서 신다자주의 체제 설립에 동참하는 이중적인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중국 편중, 제조업 편중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데 최근 통상환경과 산업지형을 비춰볼 때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서 선전한 이유는 감염자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정도로 디지털을 잘 활용했기 때문인데, 이 대전환기에 우리의 강점을 살려서 서비스 분야에 디지털 옷을 입힌 '비대면 서비스업'으로 세계시장에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