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태 막론 번지는 무급휴직·임금반납·명예퇴직…‘곡소리’
유통업계 관계자 “코로나19 변수, 구조조정 앞당겨”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고 있다. 무급휴직, 임금반납은 물론 명예퇴직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외에서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내수 침체도 더욱 짙어지면서 이런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진통을 겪고 있다. CJ그룹 내에서도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은 계열사는 CGV다. CGV는 3월부터 30% 상영관이 영업중단에 들어가면서 근속 기간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또 전 임직원이 주 3일 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무급휴직 역시 적극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생활 곳곳이 멈추면서 대형마트 업계도 큰 타격을 받았다. 온라인 쇼핑 확대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가세하면서 사면초가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직원들을 상대로 최근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며 “신청자에 한해 일정 기간 쉬도록 함으로써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직원은 올해 말까지 기간을 정해 무급휴직할 수 있다. 20일, 혹은 30일 중 기간을 선택해 쉴 수 있다.
롯데마트가 무급휴직을 실시한 것은 1998년 첫 매장을 연 이후 처음이다. 영업 상황이 갈수록 나빠진 것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마트는 무급휴직 시행에 앞서 올해 초 매장 수를 확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 124개 매장 가운데 50여 곳을 정리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에만 13개 매장을 없앨 계획이다.
홈플러스와 이마트도 역시 유휴자산을 매각하며 현금 확보 중이다. 이미 지난해 인천 인하점, 대전 문화점, 전주 완산점, 울산점, 구미광평점, 시화점 등을 ‘세일앤리스백’ 형태로 매각한 홈플러스는 올해에도 3개 내외 점포를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를 진행한다.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미 2018년 당시에 부천중동점과 동김해점 폐점 당시에도 직원분들은 모두 인근 다른매장으로 배치된 사례가 있다”면서 “지난해에 이미 (직원들이)정규직 전환되었기 때문에 관련 법령에 따라 회사가 직원들에 대해 임의로 해고할 수 없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인건비 감축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7일 임원회의에서 임원에 한해 월급을 3개월간 20% 덜 받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5322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을 기록하면서다. 홈플러스는 2만2000여 직원 중 99%가 정규직으로, 인건비 비중이 크다.
호텔업계서는 명예퇴직 찬바람 마저 불고 있다. 상당수 호텔에서는 이미 무급휴직 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유급휴직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되거나 투숙객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해외 방문객이 등 호텔 영업에 어려움이 커지면서다.
일례로 최근 호텔롯데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만 5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만60세)을 연장하거나 보장해 주는 대신 일정한 연령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회사는 명예 퇴직자에게 법정 퇴직금 외에 근속연수에 따라 위로금을 지급한다.
앞서 호텔롯데는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이 지속되자 ▲임직원들 급여 3개월간 10% 반납 ▲희망 직원 일주일 단위 무급휴가 권장 ▲유급휴직제도 ▲주 4회 근무 등을 실시한 바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아직 명예퇴직 인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게 없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임원들이 임금의 10~15%를 반납하고 전직원 근무 체계를 주5일제에서 주4일제로 바꾸기로 했다. 주4일제 전환에 따라 임금도 일부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스포츠는 철수하고 빈폴액세서리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들이 가장 먼저 단축 근무나 단기휴직에 돌입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은 3월부터 주 4일제나 주 3일제,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 중 주4일제 근무 신청 비율이 90%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은 5월부터 주 4일제를 실시한 데 이어 6월부터는 서울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 신청을 받았다. 유급휴직 기간은 한 달이며 기존 월급의 70%가 지급된다.
또 신세계면세점도 5월부터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 월급의 70∼8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급휴직 기간은 역시 한 달이며 한 번 신청한 후 다시 신청할 수도 있다. 200명 정도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가구의 증가 경기침체 등 다양한 원인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만나 업계 전반적으로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최근 코로나19가 구조조정을 앞당기긴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향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