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가 신차급 중고차 함께 판매, 품질 기반 신뢰 확보
미국, 독일 등 해외 중고차 시장이 높은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국가 주요산업으로 발전한 반면 국내 시장은 판매자와 소비자간 불신이 높고 시장도 낙후돼있어 변화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한 대기업 진출 허용 여부를 두고 업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소상공인 생존권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지난 7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호하는 동안 산업 발전이나 소비자 만족이 저조했다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독일, 완성차 브랜드가 신차·중고차 모두 판매…신뢰↑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중고차 거래가 4081만대로 신차 구입(1706만대)의 2.4배에 달했다. 독일도 중고차 시장 규모가 720만대로 신차(360만대)의 2배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중고차 거래액은 8406억달러(약 996조원)로 신차(6365억달러)를 훌쩍 넘었다. 신차 판매대수는 2015년 대비 2.4% 감소한 반면 중고차는 9.6% 증가하며 성장했다. 독일도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 대수가 2배 이상으로 유지됐다.
미국 중고차 시장이 비교적 높은 고객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완성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를 중심으로 중고차에 대한 엄격한 성능점검과 품질보증이 확산된 영향이 크다.
시장 구조도 다층적이다. 미국은 중고차 판매처만 해도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파는 완성차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하는 독립 딜러와 온라인 업체, 중고차 대량 매각 알선업체(리마케터), 중고차 매매 알선업체(브로커), 중고차 경매장 등으로 다양하다.
중고차 매매와 관련해서도 중고차 이력과 상태 정보 제공업체, 잔존가치와 시세 정보 제공업체, 재고와 고객 관리 등 통합 솔루션업체, 시험·인증 전문기관 등 다양한 사업이 있다.
독일 역시 1866년에 설립된 티유브이 슈드와 1925년에 생긴 데크라 등의 차량 평가와 검사·인증기관, 슈바케 등 잔존가치 평가업체들이 발달해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차량 상태 점검, 중고차 재고 관리 등의 IT솔루션과 데이터 분석, 신차급 중고차를 사용하는 구독형 서비스 등으로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인증 중고차·정확한 정보로 소비자 신뢰 높여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완성차 브랜드가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하기 때문에 품질 수준이 높은 중고차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인증 중고차는 5∼6년 안팎 중고차를 정밀 점검, 수리하고 무상보증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신차급 중고차'다.
완성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는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비율이 5∼6%에 불과하지만 다른 중고차의 품질을 높이는 효과도 낸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 중고차 딜러 연합회인 '전미독립자동차딜러협회(NIADA)'와 미국 최대 중고차 판매회사인 '카맥스' 등도 자체 성능점검 체계를 갖추고 인증 중고차를 판다.
또, 차량 이력과 잔존가치 등에 관한 정보가 풍부해서 여러 업체에서 시세를 확인하고 적정가에 중고차를 살 수 있다.
차량 이력 보고서는 무료로 제공된다. 완성차 브랜드는 가격이 비싼 카팩스 리포트를, 카맥스와 온라인 중고차 판매 1위 업체인 카바나는 오토첵의 보고서를 보여준다.
카팩스에서는 자동차 고유 넘버만 넣으면 명의자 변경, 보험 처리된 사고 수리, 개인 정비·수리, 제조상 결함과 리콜 등 내역과 명의자별 주행거리,택시와 렌터·리스카 사용, 폐차 판정 여부 등의 정보가 담긴 보고서가 나온다.
100년 이상 역사의 '켈리블루북(KBB)'과 '트루카', '애드먼즈닷컴' 등에서도 공신력 있는 시세와 잔존가치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완성차 브랜드들이 상태가 좋은 중고차를 점검하고 보증기간을 최대 2∼3년 연장한 뒤 판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완성차 브랜드들이 신차와 중고차를 함께 취급하는데 만약 상태가 불량인 중고차를 판매할 경우 신차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고차의 품질 수준을 높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업계 "국산차 소비자 허위·불량 매물 노출" 우려
한국은 중고차판매업이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됨에 따라 완성차업체 등의 국내 대기업은 시장에 새로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했다.
동반위가 현재까지 생계형 적합업종 적합 여부를 심의한 업종 중 부적합 결론을 내린 것은 중고차판매업이 유일하다.
완성차업계는 국산차 소비자들은 인증 중고차를 이용할 수 없어서 허위·불량 매물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한다.
수입차 브랜드와의 역차별 문제도 있다. SK 등 기존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빠져나왔지만 매출이 수조원대인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처럼 중고차시장의 질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완성차업체 등의 시장 진입 허용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 새로운 비즈니스 출연을 촉진시키고 중고차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도 활성화시키는 등 중고차시장의 발전과 외연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중고차 판매대수(224만대)가 신차(178만대)의 1.2배로 조금 많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