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가사 '라이프 고즈 온'으로 빌보드 '핫100' 1위
‘처음’이라는 말에는 늘 큰 의미가 부여된다. 연예계에서 기획사가 소속 아티스트의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처음’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의미에서의 ‘처음’ 중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쓰는 기록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금까지 내놓은 앨범들과 그 수록곡들로, 또 뮤직비디오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케이팝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성적을 내놓았다. 특히 지난 8월 21일 발매된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방탄소년단의 성적에 감탄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등공신으로 추켜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산업연구센터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매출 규모와 한국은행 투입산출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구글 트렌드’ 검색량 등을 종합해 ‘다이너마이트’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규모가 1조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로 인한 직접적 매출 규모는 2457억원이다. 이와 관련된 화장품·식료품·의류 등 연관 소비재 수출 증가 규모는 3717억원으로 추산됐다. 수익에 대한 산업 연관 효과를 보면, 생산 유발 효과는 1조 2324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4801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총 7928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성적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100’에 오른 것을 ‘영어 가사라서 가능했던 성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 의미로 방탄소년단이 피처링에 참여한 ‘새비지 러브’(Savage Love)가 빌보드 ‘핫100’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의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이런 몇 안 되는 시선들도 ‘실력’으로 보기 좋게 뒤집었다. 지난달 20일 발매한 새 앨범 ‘BE’의 타이틀곡 ‘라이브 고즈 온’(Life Goes On)으로 세 번째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하면서다. 가히 ‘역사적’이라는 말을 써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결과다.
빌보드도 이 곡이 ‘한글 가사 위주’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시기적으로 보자면,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꼭 케이팝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빌보드에서 비영어 가사로 ‘핫100’ 1위를 차지한 건 스페인어가 대부분인 루이스 폰시(Luis Fonsi)의 ‘데스파시토’(Despacito) 이후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도 이름을 올리면서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도 얻어냈다. 앞서 그래미와 함께 3대 시상식으로 꼽히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도 수상을 했지만 그래미 어워즈를 강조하는 건,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면서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에게 ‘역사상 처음’ ‘이례적인 성과’ 등의 수식어가 붙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록의 의미보다 뿌리 깊은 관습, 즉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등이 자리하고 있던 서구 음악시장을 뚫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아가 이는 단순히 한 가수가 낸 성적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케이팝 시장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해외 진출에 있어서 길을 터주는 가교 역할을 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