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제약업계… 경영 전면 나서는 후계자들
수평적 조직문화 도입하고 R&D 투자 늘려
제약업계가 오너 3·4세를 경영 전면에 앞세우면서 세대교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른 업계에 비해 유달리 가업 승계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세대 교체를 통해 다소 보수적이고 경직된 제약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보령제약은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가 올해 보령제약그룹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1985년생인 김 대표는 창업주인 김승호 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김 대표의 어머니인 김 회장이 지난해 말 보령제약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승계가 가시화됐다.
김 대표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등 신사업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R&D에도 과감히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선 올해 보령제약은 작년에 비해 연구개발 인력이 10.6%(15명) 증가했다.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임상 1상 시험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등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관계사인 바이젠셀도 림프종 면역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보령제약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3분기 매출액 1454억원, 영업이익은 12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8.4% 각각 늘어난 수준이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된 유유제약도 인재영입, 조직개편, 벤처투자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창업주 유특한 전 회장의 손자인 유원상 사장은 올해 3월 박윤상 중앙연구소장을 영입하고, 연구개발비를 올 3분기 누적 기준 30억원가량 투자하는 등 신약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제약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도입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 직원 정시퇴근 문화를 새롭게 도입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시행하는 등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화약품은 오너 4세 경영 수업이 한창이다. 윤도준 회장의 딸인 윤현경 상무와 아들인 윤인호 상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윤현경 상무는 더마톨로지 비즈니스사업부 상무로 재직하며 화장품 사업에 주력하고 있고, 윤인호 상무는 일반의약품(OTC) 총괄사업부·생활건강사업부 상무를 겸직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일양약품도 정도언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3세 경영 체제의 기반을 닦고 있다. 1976년생인 정 부사장은 재경·해외사업·마케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이미 오너 3세가 안정적으로 제약사를 이끌고 있는 곳은 허은철 GC녹십자 사장, 이경하 JW홀딩스 회장,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등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오너 2~4세 승계가 활발한 편"이라며 "70~80년대생의 젊은 오너 3~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다소 딱딱한 조직문화가 바뀌고, 신약개발에 투자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