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계열사 4곳으로부터 1800여억원 규모 주식 취득
호텔롯데 등 일본 롯데 계열사 관련 지분 대거 정리
지분 매입 통해 계열사엔 자금 지원 효과도
신동빈 회장의 ‘원롯데’ 프로젝트가 꾸준히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원롯데 프로젝트의 마지막 과제로 불리는 호텔롯데 상장은 미뤄졌지만, 주요 계열사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 후 유산 분할 작업도 매듭을 지은 만큼 완벽한 신 회장이 원톱 체제를 유지하며 지주사를 통한 지배력 확대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작년 1월19일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별세 후 지난 1년간 롯데지주는 주요 계열사 지분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6월11일 롯데푸드와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추가 확보한 데 이어 11월26일에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칠성음료 주식을 매입했다.
4곳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들인 비용만 1814억4100만원에 달한다. 이들 지분은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등으로부터 인수했다.
한국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 구조를 보면 지주사가 단순히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0.17%와 계열사인 부산롯데호텔 0.55%를 제외한 지분 전부를 일본 롯데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호텔롯데를 비롯해 일본 롯데 계열사가 보유한 한국 롯데 지분을 롯데지주가 되찾아오는 과정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원롯데 프로젝트의 핵심 작업인 호텔롯데 상장이 코로나 사태로 지연되자 계열사 지분 확보를 통해 일본 롯데의 영향력을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지난 2018년 10월 지주사 자회사로 편입된 롯데케미칼의 경우 한국 롯데의 핵심 축인 화학사업의 핵심 계열사다. 지주사 편입 이전에는 최대주주인 롯데물산을 비롯해 호텔롯데, 일본 롯데홀딩스 등 3개 회사 지분이 53.25%로 절반을 넘었다.
롯데물산은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구조다. 지주사 자회사 편입을 통해 한국 롯데로 이동한 이후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롯데케미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 셈이다.
화학 사업이 유통 사업과 함께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인 점을 감안하면 지주의 지분 매입이 단순하지 만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푸드의 경우에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지분 전부를 지주사가 매입했다. 일본 롯데 계열 지분은 L제2투자회사가 보유한 4.34%만 남게 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에는 지주사의 계열사 지배력 강화와 더불어 유통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유통업 무게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택배 등 물류업과의 협업을 위한 준비작업이란 관측이다.
유통사업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작년 4월 유통사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범시켰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그룹 내 물류를 전담하는 구조다 보니 화학사업을 하는 롯데케미칼 보다는 지주사가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시너지 확대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롯데칠성음료는 자사주를 지주에 매각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자본시장법 위반 위험도 제거하게 됐다.
롯데칠성음료가 매각한 지분은 지난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된 자기주식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된 자기주식은 5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