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운 자본연 연구위원 "美가 공매도 규제 더 느슨...유동성공급 가격발견기능 무시못해"
빈기범 명지대 교수 "무차입 공매도, 길거리 신호 위반에 불과해...시장 교란 거의 없어"
성태윤 연세대 교수 "우리만 금지 명분 적어, 대칭성 확보가 되면 공매도 재개 불가피"
"공매도를 무작정 폐지해야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태생적인 배경을 들여다본다면 합리적이지 않은 논리다. 공매도와 대칭적인 제도인 신용매수는 항상 함께 작동해야한다. 공매도를 폐지한다면 신용매수도 당연히 금지를 해야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신용융자거래와 동시에 도입이 됐는데 현재는 하나의 제도만 작동하고 있는 것이 장기화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매도와 신용거래 제도는 지난 1969년 2월에 각각 하락과 상승 투자기법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동시에 도입이 됐다. 당시엔 코스피 시장만 존재하고 있었고, 상장 종목도 몇 개 없는 초기 시장에 불과했을 때 처음 도입됐다. 주식거래가 거의 없던 시절이다. 공매도가 처음 도입된 배경에는 이러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유동성 공급을 하고자 하려는 목적이 컸다. 하지만 공매도는 27년간 거의 사문화 상태에 놓여있다가 지난 1996년 9월에 주식대차거래가 허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처음 공매도가 활용될 당시에는 외국인이 거의 100% 주도했고 기관의 참여는 점점 비중을 높이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매도와 신용융자거래는 처음 도입했을때 사실상 대칭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도입한 제도인 만큼 두 제도가 톱니바퀴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공매도가 금지된 것은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투자자들이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된 것과 다름없다"며 "공매도와 신용거래 이 두 제도가 균형점을 맞추며 시장에서 작동해야하는데 현재는 상승 투자 기법만 가능해져 자칫 가격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신용매수는 열려 있는데 주식공매도는 막혀 있는 현재 한국 주식시장이 오히려 이상한 모습이다. 신용매수를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면 주식공매도도 금지해서는 안된다. 주식공매도를 계속 금지한다고 하면, 신용매수를 동일한 강도로 틀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양 제도가 대칭적이면서 동시에 존재해야하는 시장인만큼 공매도를 금지하면 신용매수도 금지해야한다는 논리다.
빈 교수는 "주식공매도와 돈 빌려 주식을 사는 행위인 신용매수는 서로 방향만 반대일 뿐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주식공매도가 사기적 거래라면 신용매수도 사기적 거래"라고 말했다. 주식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그 빌린 주식을 팔아 돈을 사는 것이고, 신용매수는 돈을 빌려서 그 빌린 돈을 팔아 주식을 사는 행위인데 신용매수와 주식공매도는 완전히 반대 포지션인 대칭적인 제도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 전반적으로도 공매도를 금지한 선진 시장 중에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현재는 전부 재개했다. 이들 국가들이 공매도를 재개한 배경에는 공매도의 기능인 유동성 공급과 가격발견 기능을 더는 방관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한국 시장만 유일하게 글로벌 컨센서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개인투자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 금융시장만 이를 외면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며 "개인들은 기관에 비해 대칭적인 거래 포지션이라는 불만을 갖고 있지만 공매도는 오히려 개인들이 타격을 입을 부분을 고려해 안전장치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칭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면 그 시간 동안 공매도를 금지할 수는 있지만, 대칭성이 확보가 되면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불법 행위 근절 한 목소리...무차입 공매도 허용에 대해선 이견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한 논점보다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차입과 무차입 공매도가 모두 허용됐지만 2000년도에 발생한 우풍상호신용금고가 대량으로 무차입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가 부도가 나는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부도사건을 계기로 국내 시장에서 무차입공매도가 전면 금지됐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무차입공매도가 원천적으로는 금지되지만 시장조성자들에게는 허용되고 있다고 했다. 시장조성자들이 제대로된 유동성 공급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에서조차 무차입공매도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무차입공매도는 금지된 제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하면 안되고 만약 했다면 세게 처벌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언급했다.
하지만 무차입공매도가 시장 교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거대 자금 굴리는 기관이 디폴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논리다.
빈 교수는 "공매도를 허용하는 즉시 무차입공매도도 허용해야한다"며 "실제 허용하면 상당히 발달된 선진 주식시장이라고 외국인이나 외국 기관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