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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땅 투기 의혹에 2030 "공정성 무너져 기분 더럽다"


입력 2021.03.06 05:00 수정 2021.03.06 13:05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LH 사장 출신 변창흠 국토부 장관,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과 여당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장충모 LH 사장 직무대행의 국토교통위 상임위 출석 등을 요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 명과 가족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정황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 어떤 세대보다 '공정' 키워드에 민감한 2030 세대가 분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수십 번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이 비판만 받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이번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은 현 정부를 향한 청년층의 전면적인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신촌 인근 한 프랜차이즈 카페. 학생들이 취업 준비를 위해 책을 펼치고 공부하고 있거나 노트북을 이용해 비대면 강의를 듣고 있었다. 약대 편입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이모(21)씨는 이날 "평균 집값 8억인 수도권에서는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꾸지 못한다"며 "취업하려고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고 있는데 청년층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로 투기를 했다니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는 직장인 정모(32)씨는 "토지개발계획을 다루고 실제로 시행하는 LH 직원들이 선제적으로 정보를 파악해 땅 투기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며 "청약을 넣지도 않고 내 명의로 된 집 한 채 없지만 이와 별개로 무너진 공정성에 기분이 아주 더럽다"고 밝혔다.


특히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며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라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발언은 이들의 분노를 배가 시켰다. 이모(31)씨는 "LH 사장 출신인 변 장관은 이미 투기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리고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런 식이면 이 정부에서는 반칙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만 손해 본다는 인식이 만연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투기 의혹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무주택자 정모(34)씨는 "나는 10년간 청약을 넣어 왔는데도 아직도 집을 못 사고 있는데 LH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다니 진짜 억울해 죽겠다"며 "이번 사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풍선효과만 있을 뿐, 신도시 개발로도 결국 집 값은 잡을 수 없다는 걸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던 정부 말을 더욱 더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모(31)씨는 "문 정부 출범하면서 대출 규제가 강화돼 9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대출이 40%밖에 되지 않고, 자금조달계획서도 시행돼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데, LH 직원들은 토지거래 신고도 안 하고 땅을 쉽게 살 수 있었다니 그야말로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그동안 LH 내부 규정상 공사에서 공급하는 토지와 관련 없는 일반 사유지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가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반 사유지에 대해서도 사전 거래신고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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