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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의 열공] LH(내) 사람이 먼저다?…청년층 '역린' 또 건들다


입력 2021.03.09 06:00 수정 2021.03.08 21:3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LH 사태, 죄질도 대응도 '불공정 종합세트'…촛불혁명 주도 2030 '극대노'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박람회에서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LH(내) 사람이 먼저다"

"요즘 웃음벨입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무너진 공정성에 기분이 아주 더럽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2030 청년세대가 내놓은 반응들이다. 명실공히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제 농지투기공사가 됐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가 내걸은 구호는 청년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지만, 이제는 차가운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청년 세대의 분노가 점점 극에 달하고 있다.


여권의 대응은 겉만 요란할 뿐 여전히 안일하다.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의 변창흠 국토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사과조차 없이 침묵하고 있다. 여당 역시 "도의적인 책임은 있지만 거취 문제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변 장관을 은근히 옹호하고 있다.


현 정권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떠나 명백히 공정 가치를 훼손한 사안에도 "위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만 있다.


2017년 2월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 시위 전경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사태는 '조국 딸 대입 특혜 의혹',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횡령 의혹', '추미애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에 이어 청년세대의 역린으로 꼽히는 공정 문제를 또 건드렸다는 점에서 휘발성이 아주 강하다.


역대 최악의 취업난, 생활고, 부동산 대란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이제 "누가 진정한 적폐냐"며 엄중하게 반문한다. 촛불혁명의 주역으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했던 만큼 실망감과 좌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민주화'가 화두였던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세대는 '공정'의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문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부 핵심인사들은 잘 알고 있다. 재작년 8월, 청년 세대의 삶의 방식과 경향을 설명한 책 '90년대생이 온다'를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했던 문 대통령이다.


책은 청년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호구 대접'과 '꼰대질'을 참지 못한다는 점을 지목한다.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감정에 민감하고, 실제 부당한 대우를 겪으면 기꺼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이다.


책이 설명한 대로, 겉으로는 "청년계층의 아픔을 살피겠다"고 강변하면서도 실상은 전혀 공정하지 않은 정권의 행보를 청년들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나아가 "너희가 감히?" 식의 오만은 더더욱 참지 못한다.


선거 승리의 표심을 위해서라면 내로남불을 넘어 불법도 서슴지 않을 현 정권의 온갖 만행과 작태도 청년층의 마음만큼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미 세치 혀의 요설로 돌아서거나 움직일 마음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자복하고 참회한 뒤 오롯이 진심을 담아 청년층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주길 바란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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