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효유 시장 개척…‘건강’ 앞세워 ‘승승장구’
식음료 업계 단일 품목 최다 판매량 역사 기록해
'유산균 발효유 기업' 강한 인식 한계점으로 작용
1969년 창립된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50여 년 만에 ‘hy’로 사명을 변경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사명뿐 아니라 그간 사용했던 CI도 전격 교체했다. 왜 한국야쿠르트는 소비자에게 각인된 ‘야쿠르트’를 지우려는 걸까.
한국야쿠르트는 1971년 국내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 제품을 출시하며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발효유의 상징이자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셔봤을 ‘야쿠르트’를 통해서 첫 발을 내딛었다. 사명 역시 대표 제품 야쿠르트에 착안해 이름 붙였다.
‘작은 한 병에 건강의 소중함을 담았다’고 제품을 홍보하며 발효유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건강식품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무했던 시절 야쿠르트는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된 행보를 펼쳤다.
야쿠르트는 발매 첫해 760만개 판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00억 병을 판매하며 식음료 업계 단일 품목 최다 판매량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그 덕분에 야쿠르트는 국내를 대표하는 건강식품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
◇ 승승장구 ‘야쿠르트’…각인된 이미지 신사업 ‘발목’
한국야쿠르트는 초창기부터 신선한 제품 전달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에 제품을 문 앞까지 전달하는 이른바 ‘야쿠르트 아주머니’(프래시매니저)를 앞세워 승승장구 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서적 교감을 통한 직접 소통’은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오히려 잘 알려진 야쿠르트가 신규 사업 확장에 발목을 잡았다. 야쿠르트가 주는 대표 이미지를 뛰어넘지 못 하거나, 오히려 새로운 브랜드 론칭에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주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한국야쿠르트는 결단에 기로에 섰다. 한국야쿠르트는 마침내 50여 년간 함께한 이름을 과감히 버리는 선택을 했다. 신규 사명을 ‘hy’라 명명하고, 새로운 사명에는 식음료 기업에 한정됐던 기존 이미지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현재 한국야쿠르트가 생산, 판매하는 제품은 700여종에 이른다. 이중 식품이 아닌 생활용품 카테고리는 500여종을 차지한다.
대표 브랜드로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쿠퍼스 프리미엄 ▲장케어프로젝트MPRO3 ▲잇츠온 밀키트 시리즈 등이 있다.
사명 변경과 함께 유통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사 핵심역량인 ‘냉장배송 네트워크’에 ‘물류’ 기능을 더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타사와 전략적 제휴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소재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hy관계자는 “이번 사명과 CI변경을 계기로 물류, 채널,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사업영역으로 과감히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hy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밑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몰 ‘프레딧’을 선보인 것이 단적인 예다. 프레딧은 식품 중심의 제품 카테고리를 뷰티·바디케어, 생활, 여성, 유아용품으로 확대한 온라인 몰이다.
앞서 2019년에는 자체 온라인몰인 ‘하이프레시’에 종가집, 본죽, 비비고 브랜드 제품들을 들여놓고 이 제품을 프레시매니저를 통해 판매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프래시매니저들이 이용하는 ‘이동형 냉장카트(코코)’의 보급 등에도 힘쓴바 있다.
◇ 이름이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 좌우한다…유통업계 잇딴 작명 트렌드
이름을 바꾼건 hy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이름을 바꾸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성숙기를 통과한 업계 시장 상황을 넘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름이 갖는 과거 한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행보이자 각오인 셈이다.
최근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는 ‘주식회사 맘스터치앤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했고, 할리스 커피 역시 ‘커피’를 떼고 ‘할리스’라는 이름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던킨도넛은 ‘도넛’을 과감히 버리고 ‘던킨’으로 재도약을 선언했다. 같은해 스타벅스커피 역시 20년 간 사용하던 이름에서 ‘커피’를 떼고 ‘스타벅스’만 남겨 간결화 했다. 커피 이외 ‘제3의 공간’으로서의 경영철학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 같은 기업 개명 트렌드는 ‘단순화’로 요약된다. 이름이 짧고 단순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고, 사업 확장이 쉽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억에도 더 잘 각인된다는 장점도 크다.
하지만 단점도 뒤따른다. 자칫 오랫동안 써 온 이름과 이미지를 한 번에 날릴수 있는 데다, 새로운 이름을 알리고 안착시키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한다. 새로운 이름으로 환기시키기 위해 드는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사업 확장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사명 변경을 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며 “기업 브랜드 이름은 그 자체로 제품과 연관지어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한계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하면서도 회사의 정체성을 담는 이름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을 바꾸면 다시 새로운 이름을 각인시키기까지 수 년의 시간이 걸리고 또 마케팅 등을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