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운용·밀거래·암호화폐 갈취 등
대북제재 위반 사례 조목조목 명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의 지속되는 핵·미사일 활동과 느슨해진 대북제재망에 우려를 표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 회원국'이 △영변 핵시설에서의 수증기 발생 △북한의 정제유·석탄 밀거래 △암호화폐 갈취 등 정황 등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부터 관련 정황을 꾸준히 공개해온 바 있다. 결국 △구멍난 대북제재 △핵 프로그램 지속 △불법적 사이버 활동 등을 골자로 하는 이번 보고서는 미국의 우려를 사실상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한 회원국 보고를 바탕으로 "영변 핵시설 우라늄 농축 공장에서 수증기 기둥이 목격됐다"며 "지난해 10월과 11월 경수로 내부 공사와 관련한 전기 시험 활동이 있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이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핵을 장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보고서는 한 회원국 보고에 근거해 북중 밀거래 규모 및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제유 제품을 북한으로 불법 운송하는 선박 움직임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최소 121회 포착됐다. 같은 기간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나르는 선박 활동은 최소 400회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거래는 모두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대부분 중국 항구나 영해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전문가패널은 관련 선박 나포를 중국에 요구했지만, 중국은 전문가패널이 제공한 정보에 한계가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노동자 파견과 사이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콩고 △세네갈 △나이지리아 △태국 등에서 활동하며, 제재로 인해 발급이 불가능한 고용비자 대신 관광·학생 비자를 받아 활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패널은 한 회원국 보고를 바탕으로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북한이 가상화폐 해킹을 통해 약 3억 1640만 달러(약 3567억원)를 절취했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백악관 "대북정책 재검토 '최종단계'"
유엔 보고서에 힘 실리면 '강경책' 가능성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이 이번 보고서 내용에 힘을 실을 경우,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대북정책보다 '강경한 노선'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미국은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을 외교정책 중심에 놓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어 북한 인권 이슈에 거리를 둬온 문 정부와 입장차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대북정책 검토가 '최종 단계(final stages)'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웃국가는 물론 국제사회에 더 큰 위협 제기하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포함해 대북정책을 철저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오는 2일로 예정된 "한국·일본 안보실장과의 (한미일) 3자 협의에서 (대북정책) 검토를 논의하길 고대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