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요건·대출한도 등 기존과 동일, 서울서 내 집 마련 사실상 '불가능'
"여윳돈 있는 극히 일부 젊은 층 혜택볼 것"
이르면 올 하반기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청년,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내 집 마련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40년짜리 초장기 정책모기지(보금자리론·적격대출)를 신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만 39세 이하 청년과 혼인 7년 내 신혼부부다.
현재 30년 만기까지만 제공되는 주담대 만기를 10년 더 연장해 다달이 갚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에 따르면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이용하면 기존 30년 만기짜리와 비교해 월 상환액 부담이 15%가량 감소한다. 3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매월 부담해야 할 대출 원리금은 104만원(이자 연 2.75%)으로 기존보다 18만원 줄어든다.
여기에 청년층은 대출 취급 시 미래소득을 반영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계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소득이 적더라도 장래에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면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거다.
이 같은 완화 규제가 청년 및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월 상환 부담은 줄더라도 약정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금리 변동성이 커 지불해야 할 이자총액은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기만 늘어날 뿐 소득요건, 대출한도 등은 기존과 동일하단 점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보금자리론은 현재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신혼부부 맞벌이의 경우 8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로 제한되며 대출한도는 3억원에 그친다.
적격대출은 소득요건이 없고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신 대출금리가 보금자리론 대비 비싸다.
KB부동산 집계를 보면 올 4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억1123만원으로 전월 대비 1130만원 올랐다. 현 정부 들어선 이래 4년간 5억415만원이나 증가했다. 중위가격은 9억8667만원으로 10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주택 매매가격의 중간값이 정부의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수도권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8676만원이며 중위 매매가격은 7억564만원으로 집계됐다.
보금자리론으로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없는 셈이다. 적격대출을 이용하더라도 현금 유동성이 4~5억원 정도 되지 않는다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단기간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약정 만기만 무한정 늘리는 것으로는 이렇다 할 주거안정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분석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40년 만기 대출로 혜택을 볼 청년들은 극히 일부에 그칠 것"이라며 "여윳돈이 없으면 집을 사지 말라는 건데 결국 현금부자들에게만 돌아갈 혜택이어서 청년층 주거안정을 꾀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진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불안해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도 자칫 금융권 부실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라며 "나중에 시장이 안정되면 실질적인 혜택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서 손댈 방법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