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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전문가' 권광석의 힘…우리은행, 자산운용 '탄력'


입력 2021.05.28 06:01 수정 2021.05.27 11:2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유가증권 수익률 2% 고지에 '깃발'…4대銀 중 유일

IB 조직 강화 조직개편 '메스'…권 행장 실험 통했다

국내 4대 시중은행 원화 유가증권 운용 수익률과 권광석(오른쪽) 우리은행장.ⓒ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우리은행이 채권과 주식 등 유가증권에 투자해 거둔 수익률이 올해 들어 국내 4대 시중은행들 중 유일하게 2%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쟁 은행들에 비해 뒤쳐진 성적을 거뒀던 과거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수장이자 투자금융(IB) 전문가로서 유가증권 운용에 메스를 댄 권광석 행장의 실험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이 원화 유가증권 부문에서 기록한 운용 수익률은 평균 1.72%로 지난해보다 0.31%p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유가증권 투자 수익성이 나빠진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코로나19를 계기로 제로금리 기조가 1년 넘게 계속되면서 투자 여건이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아울러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탓에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나서기에도 위험 부담이 큰 실정이다.


우리은행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남다른 투자 실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우리은행의 원화 유가증권 수익률은 2.02%로 같은 기간 대비 0.18%p 상승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 해당 수치가 개선된 유일한 사례이자, 홀로 2% 수익률을 넘기며 확고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반면 다른 은행들의 유가증권 수익률은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렸다. 국민은행은 0.47%p 낮아진 1.48%, 하나은행은 0.55%p 떨어진 1.58%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신한은행의 원화 유가증권 수익률 역시 1.78%로 0.40%p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유가증권 운용 효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4대 은행들 가운데 꼴찌에 머물러 왔다. 최근의 성적 향상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은행이 원화 유가증권을 운용해 얻은 수익률은 1.84%에 그쳤다. 당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2.18%와 2.13%로 관련 수익률이 2% 이상이었고, 국민은행도 1.95%로 우리은행보다 나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우리은행이 유가증권 투자에서 기지개를 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권 행장의 결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우리금융그룹이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전문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우리은행이 유가증권 부문에서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권 행장은 지난해 하반기 조직 개편에서 증권운용부를 신설하며 유가증권 투자 강화를 위한 인력을 구성했다. 증권운용부는 2014년 트레이딩부로 통합됐다가 새로 부활한 부서로 자금시장그룹으로 편입됐다. 자금시장그룹은 은행의 여유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파트로서 채권과 주식, 외환상품 등에 투자한다.


권 행장은 대표적인 투자 전문가로 평가되는 행장이다.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권 행장을 선임하면서 그의 장점으로 기업금융과 해외 투자 경험 등을 꼽았다. 권 행장은 2017년 2월 우리은행 IB그룹 부행장을 역임한 인사로, 2018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우리프라이빗에쿼티를 이끌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권 행장이 앞으로 우리은행의 유가증권 투자를 더 확대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우리은행의 원화 자산운용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3.6%에 그치기 때문이다. 신한·국민·하나은행의 원화 자산운용 내 유가증권 비율이 평균 14.9%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추가 확장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한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확보 노력이 가속화하는 와중, 유가증권 투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우리은행의 행보는 장기적 성장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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