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촬영 후 몰래 버리고 후다닥 도주...CCTV에 고스란히 찍혀
꼬깃꼬깃 종이 한 장에 덜미가 잡혔다.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한 인기드라마의 촬영팀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해 말썽을 빚고 있다. 촬영팀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새벽녘에 모 기업 앞에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이 CCTV(폐쇄회로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쓰레기 봉투 속에서 나온 촬영일정표 때문에 신분이 들통났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방송3사 드라마 촬영팀의 쓰레기 무단투기 의심’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인천 송도에 있는 회사의 총무팀 직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뒤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이 녹화된 CCTV 영상까지 게재하며 ‘범인은 방송국 관계자’라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송도는 특성상 도로환경이 좋고 교통량이 많지 않아 주변 풍경이 예쁘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평소에도 드라마나 영화, 예능 등의 촬영장면을 자주 목격한다고”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우리 회사에도 촬영 문의가 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아침(3일) 출근해보니 직원용 주차장 옆 종량제 봉투 투입하는 배출구에 듣도 보도 못한 쓰레기와 망가진 자동차의 그릴이 버려져 있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처음엔 내부 소행인 줄 알았다”면서 “사내공지도 했고 CCTV도 돌려보았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최근에 그릴을 교체한 직원이 있는지까지 수소문했다”고 설명했다.
작성자가 올린 영상에는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각각 쓰레기 봉투와 차량 그릴을 들고 와 쓰레기통 옆에 무단투기를 하고 사라지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끝자락에는 이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인지해서인지 투기 후 3인이 황급히 달려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그러던 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정용으로는 쓰이지 않는 60리터 봉투임을 깨닫고, 혹시나 해 내부 쓰레기를 하나하나 뒤져봤다”고 적었다. 봉투 안에는 생수 페트병, 담배꽁초, 과자류 등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가 무더기로 있었다.
그러다가 작성자는 단서가 되는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꾸깃꾸깃해진 종이를 펼쳐 내용을 확인한 결과 현재 방송되고 있는 인기 수목드라마의 촬영 스케줄과 플랜을 담은 종이였다. 적혀있는 촬영일정은 1일 이었고 촬영장소도 회사 인근 도로였다.
여기에 경비근무자의 증언으로 인해 쓰레기 투기는 방송국 관계자의 소행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경비근무자의 말에 따르면 “쓰레기는 1일 오전쯤 부터 방치돼 있는 걸 발견했다”며 “처음엔 회사 내 미화용역 분들이 버린 줄 알았는데, 이틀째 그대로 있길래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작성자가 CCTV를 다시 확인해본 결과, 사건 발생 시각은 1일 새벽 4시30분으로써 경비근무자의 증언과 맞아떨어졌다.
그는 “처음엔 화가 많이 나서 제작PD나 담당 연출부로 전화할까 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좀 가라앉는다”며 “황당한 마음에 푸념글 적어봤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양심을 자꾸 버리네요” “분리수거 제대로 좀 하지” “앞모습만 아름다우면 뭐하냐, 뒷모습도 아름다워야지”라며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일침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