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둘러싼 신경전, 감정싸움으로 번져
국민의힘, 安 '물 먹인 소'에 비유하며 "안 산다"
'당명 변경' 요구에 '채무 변제·고용승계'도 다시 논란
합당을 둘러싸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당 측의 당명 변경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면서 기존에 합의됐던 채무 변제 및 고용승계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23일 국민의힘 사무처는 입장문을 내고 "합당 결의에는 찬성하나, 그 외 어떤 합당 조건에도 동의한 적 없다"며 "국민의당의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름) 행태를 규탄한다"고 지탄했다.
이들은 "대선이라는 큰 밭을 갈아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물 먹인 소'를 사는 일은 절대 불용한다"며 국민의당이 최근 지역위원장을 모집해 임명하고, 사무처 당직자를 늘리는 등 행태를 지적했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당의 지역위원장 공모를 비판하며 "소 값은 후하게 쳐드리겠다"고 한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합당 전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국회 의석수에 비례해 합당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수는 102석, 국민의당은 3석이다.
구체적으로는 "당명 변경, 사무처 직원 전원 고용승계, 당 채무 변제 등 합당을 볼모로 한 과도한 요구는 국민적 기대를 악용하는 파렴치한 불공정 행위이자 꼼수"라며 "합당시(의원 3명 입당) 보조금 증가액은자체 확인 결과 연간 1억 원 정도이기에 합당 조건도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당 측 역시 "국민의당을 물 먹인 소에 비유하면서 비하하는 문제는 합당의 정신을 흔드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실무협상단장인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양두구육의 행태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대기업(국민의힘)이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단가 후려치기를 하는 행태의 전형이다. 강한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사무처 직원 전원 고용 승계, 채무 변제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국민의힘이 검토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알린 게 전부"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당명 변경과 지역위원장 등 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의당 요구는 통크게 받아들인 상태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에게 빌린 9억여원의 채무를 국민의힘이 떠안고, 국민의당이 요구한 '중도실용' 노선을 정강정책에 반영키로 했다.
국민의힘은 10여명에 달하는 국민의당 사무처 직원의 고용 승계 역시 전격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사무처 노동조합이 '노조의 동의'를 요구해 갈등이 재발할 여지가 생겼다.
현재로서 가장 큰 갈등 요소는 '당명 변경'과 지역위원장 지분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당명 변경에 대해 "국민의당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인정하고 합당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통합 정신을 상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라며 "명 변경이 불가능하다면 통합 정신을 상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게 국민의힘의 적절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양당 실무협상단은 오는 29일 2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실무협상 회의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