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유죄 대법 판결에 與 반발
"선한 김경수의 진심 믿는다"
"국민이 판단할 몫" 황당 주장도
김어준 "법원, 드루킹 주장만 인정"
친노·친문 적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유죄를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착한 김경수가 그럴 리 없다’는 식의 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며 인민재판을 떠올리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집권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감정적 판단에 기대 법원을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긴 했다. 하지만 송영길 대표는 “드루킹은 고도의 훈련된 전문가”라며 “경공모라는 조직을 만들어 확대하는데 (김 전 지사가) 활용당한 면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법원의 판결이 사실이더라도 순진한 김 전 지사는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른바 ‘착한 김경수’ 프레임으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원래 선하고 사람을 잘 믿는 김경수”라며 “성의와 배려가 올가미가 됐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김 지사의 진정을 믿는다”고 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선한 미소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우리나라 법원이 항상 정확한 판결만 한 것은 아니다”며 “이번 판결의 경우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루킹은 엄벌을 해야 마땅하지만, 공모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김 지사의 진심도 믿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친여 스피커로 통하는 방송인 김어준 씨는 이날 본인의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법원이 드루킹의 주장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가 나왔는데 이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기자들이 판결문을 제대로 읽고 취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 조작 공모"…1, 2, 3심 같은 결론
선거법 무죄? 매관매직 시효 만료일 뿐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항소심과 대법원은 ▲1년 6개월간 100여 건 이상 기사 목록을 전송하고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은 점 ▲김 전 지사가 기사 URL을 전달한 점 ▲반복적 만남을 통해 관계를 유지한 점 ▲드루킹 일당 요구에 오사카 총영사직 인사 추천을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포렌식 등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졌으며, 항소심은 한차례 선고기일을 연기하면서까지 사실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결론적으로 항소심은 김 전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참관하고 개발 및 운용에 대한 동의 내지 승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동원(드루킹)으로 하여금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범행결의를 유지‧강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도 했다. ‘착한 김경수’가 이용당한 게 아닌 대목이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이 같은 결론에 오류가 없다고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무죄’를 강조하지만, 이는 2018년 지방선거에 한해서다. 항소심은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 등의 행위에 대해 “2017년 대선에서의 활동에 대한 보답 내지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특검 출범이 대선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6개월) 만료 이후인 2018년 6월에 이뤄져 기소와 처벌을 할 수 없었을 뿐 혐의가 있다는 취지였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하는 등 매관매직 시도는 있었으나 대선 관련이지 (김 전 지사가 출마한) 지방선거와 관련성이 없어서 무죄가 난 것”이라며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같은 판결을 한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다. 한명숙 전 총리 사안에서 보듯 대법원 판결까지 불복하는 것을 보면 할 말이 없다”고 혀를 찼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를 경영하고 있다면 국가기관을 존중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대법원조차 존중하지 않는다”며 “그저 김경수를 믿으니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길거리에서 화염병 던지던 시절의 사고방식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