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행정부 출범 후 美 최고위급 인사 방중
中, 코로나 책임론 반발...美에 평등 가르쳐야
美 도발 “우세한 위치에서 중국을 상대할 것”
이번 만남...미중 정상회담 첫걸음 될 가능성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중국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으로, 미중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어렵게 성사된 만남이지만 시작도 전에 양국 기싸움이 치열하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중국 수도 베이징과 인접한 톈진(天津)에서 왕이 부장과 만난 후, 중국 외교부의 대미 업무 담당 차관급인 셰펑(謝鋒) 부부장과 공식 회담을 한다.
만남에 앞서 왕이 부장은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등에 반발하며 미국을 겨냥해 연일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전날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핀란드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기원은 과학적 문제로 과학자들이 코로나19 기원을 연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을 봤다”며 “미국은 처음부터 코로나19 사태를 정치화하려 했고 바이러스를 오명화하고 바이러스 기원을 도구화하려 했고 심지어 과학자들의 노력도 무시한 채 정보 수단만 가지고 ‘실험실 유출론’을 꺼내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겨냥해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정치 바이러스의 기원도 밝혀야 한다”고 일격을 가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앞서 24일에도 “미국은 다른 나라를 평등하게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비난했다. 왕 부장은 “미국은 지금까지 평등한 태도로 다른 나라를 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며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미국이 이런 방법을 알도록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이번 회담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점을 예고했다.
이는 미 국무부 대변인이 “우세한 위치에서 중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힌 후 나온 발언이다. 셔먼 부장관도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을 위해 (중국 측에) 공정한 경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지난 16일 홍콩 인권탄압에 연루된 중국 당국자 7명을 제재하자 중국은 23일 반(反)외국제재법을 처음으로 동원해 대미 보복 제재에 나섰다. 역시 홍콩 문제에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핵심 외교·안보 라인들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보내며 중국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셔먼 부장관 방중 일정에 맞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동남아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인도를 방문한다.
신경전이 치열한 이번 만남에서 양국은 이번 만남에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기 보다는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코로나19 문제나, 신장(新疆)·홍콩·대만 문제, 북핵 등 현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중 고위급 대화는 양국이 소통 채널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미중 정상회담의 마중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만남이 잘 풀리면 오는 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 열릴 수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을 위한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웬디 커틀러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미중 외교 고위 당국자 회담에 큰 기대를 걸 수는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고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열릴 수 있는 바이든-시진핑 회담을 위한 기초를 닦는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첫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