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이틀간 트럭시위 나서…처우개선 등 요구
매년 취지와 어긋나는 굿즈 이벤트 환경도 개선돼야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이 트럭시위를 예고했다. 과도한 굿즈(기획상품) 마케팅이 열악한 업무 환경을 부추긴다는 일부 직원들의 주장이 도화선이 됐다. 노동조합이 없는 스타벅스에서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지 22년 만에 처음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일부 매장의 직원들은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 간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어 트럭시위를 진행한다. ▲파트너에 대한 처우 개선 ▲과도한 마케팅 지양 ▲임금 구조개선 등 3가지를 중점적으로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계속되는 스벅의 굿즈 판매와 사은품 증정 등 마케팅 이벤트 행사로 인한 과로에서 비롯됐다. 행사 때마다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매장에 몰리면서 업무량은 늘지만, 별도의 인력 충원이나 보상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직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굿즈 마케팅은 해마다 수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 첫 굿즈 대란을 일으킨 것은 2018년이다. 당시 돗자리 ‘마이 홀리데이 매트’를 시작으로 매년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새벽부터 줄을 세우거나 중고거래까지 잇따르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단 하루 진행된 ‘리유저블컵 데이’가 이번 트럭 시위의 발단이 됐다. 오픈 시간부터 전국 매장 대부분은 손님들로 붐볐고, 스벅 앱 ‘사이렌오더’로 주문하는 고객이 늘면서 대기 음료 650잔인 매장까지 나타나자, 직원들의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면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본사가 인력 보충을 해주려는 노력은 없었다”,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마다 합당한 보상은 없었다”라는 이들의 의견이 한 데로 모아지면서 단체행동으로 이어지게 됐다.
◇ “시급 9200원, 월급 130만원”…스벅 직원, 처우 어떻길래?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현재 1600여개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면서 약 1만8000여명의 파트너를 두고 있다. 이들 모두 정규직이다. 여기에 신세계급 복지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이와 차이가 크다는 게 직원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스타벅스 직급은 파트너-수퍼바이저-부점장-점장-지역매니저 순으로 분류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파트너는 하루 5시간 근무가 기본이다. 이들은 시간당 9200원, 월 평균 1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연장·휴일근무 수당이나 명절 상여, 성과급 등이 추가로 지급될 때도 있으나 4대 보험비를 제외하면 월 평균 실수령액은 130만원 정도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루 8시간 근무가 가능한 부점장 및 점장의 급여는 평균 25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투썸플레이스와 이디야 커피 등과 비교했을 경우 시급 자체는 높다. 구직구인 채용 플랫폼 ‘사람인’ 검색 결과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시급 8820원, 이디야 8720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다만 직원의 복지혜택과 근무 여건은 각각 상이하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시급 대비 많은 ‘노동의 양’과 ‘예측할 수 없는 스케줄’ 이라는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출근시간이 매우 유동적인 데다, 주 단위로 스케줄이 관리돼 매주 수요일께 그 다음주 근무 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미리 계획해 움직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벅스 직원은 “진급하려면 하루 5시간 근무를 무조건 견뎌야 하는데 시급이 적다보니 투잡을 뛰고 싶어도 주단위 스케줄 근무라서 사실상 불가능 하다”며 “출근 시간이 오늘은 오후 6시인데 다음날은 오후 4시 그다음 날은 오전 10시, 이런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 노동시간이 짧다고 해서 근로환경도 좋은 건 아니다”며 “스벅만큼 체계적으로 교육 시키고 계속 시험보고 피드백 받는 곳도 없는데 그와 비례해 이렇게 박봉인 곳도 없다. 외부에선 그저 돈 많이 벌겠다고 징징거리는 걸로 치부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의 복지 혜택으로 처우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세계 계열사 포인트 ▲하루 음료 2잔 제공 등이 사실상 누릴 수 있는 복지의 전부라는 게 직원들의 호소다. 바리스타는 연차에 따른 시급 등에 차등 대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본사 측은 최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장의 어려움을 덜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업무 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조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관계자는 “리유저블 컵 데이에 많은 고객분들이 방문해주시면서 파트너들의 업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파트너들의 의견과 고충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청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업무에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개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쉬프트 근무제로 오픈부터 마감까지 시간대별 스케줄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며 “스케줄 신청 등 파트너와 사전 협의 후 조정 반영하고 있다.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와 충분한 의견 반영을 위해 주 단위 스케줄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뜨거운 스벅 굿즈 열풍…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스타벅스 굿즈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일고 있다. 매년 취지는 좋지만 매번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포털 사이트 중고거래 카페와 당근마켓 등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스타벅스 50주년 리유저블컵 판매’라는 제목의 글은 수백 건에 달한다. 리셀러들은 컵을 ‘한정판 굿즈’라고 소개하면서 구매를 독려했고 한 개당 2000~5000원 정도의 가격을 매겼다.
스타벅스에서 일어난 대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한 매장에서 여름 한정 사은품 ‘레디백’을 구하기 위해 음료 300잔을 주문한 뒤 제공된 사은품 17개만 갖고 음료는 그대로 버리고 매장을 떠난 사건이 알려져 소동이 일어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스타벅스에서 밝힌 ‘친환경’ 행사 취지와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친환경 행사를 장려하면서 플라스틱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소재 리유저블컵을 제공해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한정판 마케팅을 진행한 것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의 불편한 심기도 엿보인다. 행사의 좋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품절 사태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매장에서 고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신의 차례에 맞춰 제품을 받아가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을 경우 집단 감염의 근원지가 될 수 있지도 모른다는 지적인 것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관계자는 “2025년까지 일회용컵 없는 매장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다회용컵 사용 생활화 등을 목적으로 진행한 행사다. 부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를 준비하면서 매장에 방역 관리 수칙을 강조하고 행사 당일 고객분들도 앱 주문을 많이 활용한 걸로 알고 있다”며 “향후 좀 더 파트너와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행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