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명대사 "우린 깐부잖아"…구슬·딱지 나누는 사이
윤한홍 "이재명·유동규 깐부 같다"…김기현 "정치경제공동체"
이재명 "측근 아니다"했지만…'비정상 수익구조' 책임 부정못해
"우린 깐부잖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관객들을 울린 명대사다. 구슬치기 게임을 하던 1번 참가자 오일남 할아버지는 평소 자신을 잘 챙겨주던 456번 참가자 성기훈에게 하나 남은 자신의 구슬을 건내며 이렇게 말한다. '깐부' 란 동네에서 구슬과 딱지 등 놀이 자산을 공유하는 각별한 친구 사이를 일컫는다.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456명은 각 라운드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등 추억의 놀이를 펼친다. 최종 우승자는 일확천금을 거머쥐지만 탈락자들은 목숨을 잃는다. 피 터지는 생존게임에서 '깐부'에게 기꺼이 마지막 구슬을 양보한 오일남 할아버지는 의리를 지키며 결국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장에서 '깐부'가 언급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관계를 가리켜 나온 말이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유 본부장과 이 지사의 관계가 오징어게임의 깐부 같다"며 "서로 네 돈 내 돈 없이 같이 쓰는 깐부 아니냐"고 짚었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두 사람이 정치경제공동체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검찰 수사가 진전될수록 유 전 본부장과 이 지사가 유무형의 이익을 함께 공유한 '깐부' 관계라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대장동 의혹은 민간사업자가 소수지분으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게 한 수익구조가 핵심이다. 공사 임원에 불과한 유 전 본부장이 이 수상한 개발사업 설계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특히 이 지사는 자신이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며,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 사업이라고 누누이 언급한 바 있다. 비정상적인 수익구조 설계를 모르고도 승인한 것이면 무능과 직무유기, 알았다면 배임 범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또 이 지사는 구속된 유 전 본부장이 "내 측근이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이들이 정말로 평범한 '남남'이었는지도 의심스럽다.
2010년 이 지사는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된 후 공직경험이 없는 그를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이재명 재선 캠프에서 일하다 2018년 이 시장이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차관급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간다. 그의 석사 논문엔 '이재명 시장님 감사하다'는 인사가 있고, 이 지사 SNS에서도 유 전 본부장이 수 차례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그가 측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측근은 어떤 관계인건지, 국민은 '측근'의 사전상 의미부터 헷갈려진다.
'깐부'가 잘못했다면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 두 사람은 직접적으로 돈을 주고받은 사이는 아닐지라도 정치적 이익을 나눈 혐의가 짙다. 하지만 이 지사는 유 본부장 비위 논란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조차 안 했다. "관리 책임이 있다"고 점잖게 말하면서도 최종 설계 책임자인 자신의 무능 조차도 인정하지 않았다.
물리적 이익을 나눈 '깐부' 사이라면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다만 재판으로 잘못이 확정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테다. 그 사이 대선이 치러진다. 이 지사는 전국을 뒤흔든 '대장동 의혹'에 자신의 깐부가 연루 됐다는 사실 자체로 고개 숙이고 사과는 해야한다. 오일남 할아버지처럼 목숨을 걸고 대단한 의리를 지키라는 것이 아니다. 그게 멀지 않은 미래에 투표지를 받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