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문정부 대북 접근법…美와 '이견', 中과 '일치'


입력 2021.11.03 11:41 수정 2021.11.03 11:4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전략도발' 중단 '평가' 요구

美 향해 '선제적 유인책' 촉구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까지 제기

韓中 외교당국 입장 같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완전히 조율된 대북정책'을 펴기로 합의한 한미 외교당국이 '불협화음'을 빚는 가운데 한중 외교당국이 사실상 같은 대북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일 외교가에 따르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전략도발' 중단을 비핵화 노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 △미국이 대북 유인책을 선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배경을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우선 그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의 가역(可逆) 조항을 적시에 가동하고 경제·민생 분야의 일부 제재를 조정해야 한다"며 "이는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러 결의안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향을 공고화하고 관련국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북미대화 재개 유인책으로서 제재 완화 카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왕 대변인은 "북한이 최근 여러 비핵화 조치를 취한 만큼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중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말부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삼가온 것이 '비핵화 조치'에 해당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왕 대변인은 미국이 문제를 직시하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일 만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구호에 그치고 행동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제안하고 있는 미국에 협상 교착 '책임'이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뉴시스/외교부

중국 외교당국의 이같은 입장은 우리 외교당국 견해와 궤를 같이한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 외교협회 초청 대담회에서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이후 핵실험·ICBM 등을 유예하고 있다며 "유인책으로서 제재 완화 방법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1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었다. 같은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전략도발을 삼간 데 대한 '평가'가 필요한 만큼, 미국이 먼저 대북 유인책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지린성 투먼시의 난간에 부착된 북한 인공기와 중국 중공기 너머로 북한 마을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한중 외교당국이 사실상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미국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유아시아방송(VOA)에 따르면,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대변인은 "북한은 금지된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안보리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기존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진지하게 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대표부 대변인은 "북한의 행동을 바꾸도록 압박을 가하는 데 제재는 여전히 효과적인 도구"라며 "미국은 제재 체제에 전념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 국무부도 "중국과 러시아가 모든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전적으로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