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전한 세계선수권 첫 경기서 '동메달리스트' 수와이얌미니 완파
30계단 이상 높은 랭커 잡고 2회전 진출..3회전 오르면 천멍 대결 유력
‘삐약이’ 신유빈(17·대한항공)이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를 완파했다.
신유빈은 24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펼쳐진 ‘2021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 파이널스’ 여자단식 1회전에서 수와이얌미니(34위·홍콩)를 4-0(11-8 11-7 11-6 11-3) 완파했다.
지면 탈락인 첫 게임에서 따낸 놀라운 승리다. 수와이얌미니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8 세계선수권,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홍콩의 에이스다. 신유빈을 상대로는 2019 아시아선수권 3-0 완승 등 3전 3승을 거둔 강자다.
그때의 ‘삐약이’ 신유빈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이후 신유빈은 한 뼘 더 자랐다. 지난 9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전지희(포스코에너지)와 나선 여자 복식을 통해 첫 메이저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단식과 단체전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하지만 수와이얌미니를 완파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경기는 30분이 경과하기 전에 끝났다. 세계선수권이라는 큰 무대에서 치르는 긴장되는 첫 경기였지만 신유빈은 기대 이상의 결과와 내용을 보여줬다.
첫 게임에서 절묘한 리시브에 이은 시원한 공격으로 승리한 신유빈은 2세트에서는 10-3까지 앞서며 상대를 압도했다. 백핸드 푸시로 공격을 막아낸 뒤 강한 드라이브로 기를 꺾었다. 특유의 기합 소리로 자신감을 표출한 신유빈은 의표를 찌르는 공격으로 수와이얌미니를 혼란에 빠뜨렸다. 치열한 랠리에서도 지치지 않고 강하게 대응하며 화끈한 탁구를 선보였다.
자신 보다 30계단 이상 높은 랭커를 꺾고 2회전에 진출한 신유빈(71위)은 사라 드뉘트(79위·룩셈부르크)와 2회전(64강)에서 격돌한다. 드뉘트는 도라 마다라즈(64위·헝가리)를 4-1로 누르고 2회전에 올라왔다. 수와이얌미니와의 경기 결과와 내용을 떠올리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로 보인다.
2회전을 통과해 3회전에 진출하면 세계랭킹 1위 천멍(중국)을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상 신유빈의 열세를 예상하지만 세계선수권에서 천멍과 대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신유빈의 고속 성장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어려운 대진표를 받았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우려가 컸다. 신유빈의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새 또 한 뼘 더 자란 ‘삐약이’ 신유빈은 거친 대진표 안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그만큼 한국 탁구의 미래도 밝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