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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단일화 제안 결국 '철회'…국민의힘은 '차분' 모드로


입력 2022.02.21 00:16 수정 2022.02.21 00:17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安, '완주' → '단일화 제안' → '도로 완주'

국민의힘 "상당히 의외"…실제론 '예견된 결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재개와 함께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던 야권 단일화 논의가 기대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둔 채, 안 후보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 제안을 받은 윤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며 "저는 상을 마친 어젯밤 더 이상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의 이같은 기자회견에 국민의힘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이 호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악재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이미 단일화 전망에 대해 "냉정하게 오늘부로 보면 안 될 것 같다"며 부정적 평가를 한 바 있다. 안 후보는 이 대표의 해당 발언 이후 약 세 시간 뒤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의 회견 이후 "오늘 안 후보께서 말씀하신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 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사실 그동안 안 후보 측과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측은 꾸준히 소통해왔다. 양측 책임 있는 분들이 소통을 꾸준히 해오셨기에 오늘 안 후보 회견은 저희로선 상당히 의외였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견된 결말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단일화'에 대해선 강력하게 일관되게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실제 단일화를 성사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시나리오는 안 후보가 자진사퇴를 한 뒤 윤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것 뿐이었다. 애초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쁘지만은 않아'…국민의힘, '단일화' 변수 삭제하고 선거운동 전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경남 통영 무전사거리 인근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오히려 '단일화'라는 변수가 사라진 것이 선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다자구도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질렀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지난주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되는 시점(15일)에 맞춰 실시된 한국갤럽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두 업체의 직전 조사에서는 윤 후보와 이 후보가 동률(35%, NBS)을 이루거나 1%p 차이(이재명 36%·윤석열 37%, 한국갤럽)로 초접전 양상이었다. 그러나 일주일 사이에 NBS에서는 9%p(이재명 31%·윤석열 40%), 한국갤럽에서는 7%p(이재명 34%·윤석열 41%) 차이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 하루가 정말 소중하다. 그 소중한 시간을 단일화 협상에 쓰고 있는 것이 정말 맞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이미 많은 국민이 '단일화'라는 말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안 후보의 말 그대로 단일화 논의를 위한 시간은 이제 무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까지 약 2주 남짓 남은 상황, 윤 후보의 입장에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보다 현재의 지지율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국민의당이나 안 후보와 거친 설전을 주고받는 '리스크'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을 철회하며 "윤 후보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시켰다"며 "가짜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렸고 일부 언론은 더욱 적극적으로 편승했다. 심지어는 저희 당이 겪은 불행을 틈타 상 중에 후보 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 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 역시 안 후보를 향해 "단일화 제안을 하다가 갑자기 또 완주 선언을 하셨으면 그 조변석개하는 입장변화에 대한 비판은 안철수 후보님과 국민의당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고인이나 이준석에게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양당 인사가 이런 식으로 충돌하는 모습이 중도층을 비롯한 일부 야권 지지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어려워진 만큼, 앞으로는 지지율이 더 높은 쪽에서 조심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처신 역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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