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 '기부 계좌' 하루 만에 8억원 모금 …"1만명 이상 참여"
월드비전·대한적십자사 1억원 이상 성금 모여…"아동, 취약계층 구호에 사용"
시민들 "강대국 세력 다툼 희생 우크라이나에 동병상련 심정 연대"…SNS서 '기부 인증글' 릴레이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이 발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국내에서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돕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모금과 기부로 이어지고 있다.
주부 김윤숙(50)씨는 3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10만원을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의 특별계좌에 입금했다. 지난 2일 대사관이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을 위해 연 기부금 계좌다. 김씨는 "우리나라도 독재와 전쟁의 아픔을 겪은 민족이고, 부모님도 전쟁에 직접 참여하셔서 동병상련이 마음이 들었다"며 "다음 세대의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독재, 전쟁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부 이유을 밝혔다.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이날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3일 낮 12시 기준 대사관이 개설한 원화 특별계좌에 기부금 8억 800만원 이상이 모금됐다"며 "귀하의 지원에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계좌 개설 첫날인 지난 2일도 1억 5000만원 이상이 입금됐다고 전했다. 하루 새 7억원 가까운 모금액이 모인 것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1만명 넘게 성금에 참여했다"며 "목표액과 모금 날짜 등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고, 기부 물품도 들어오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받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기부를 대사관에 하는 이유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지원을 꼽았다. 직장인 김승길(47)씨는 "소액이지만 점심 한끼를 비우고 함께 연대한다는 마음으로 대사관 계좌에 송금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구호 물품이 부족하다는데, 어떤 다른 단체보다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대사관이 가장 믿음직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윤철(40)씨도 "국제엠네스티 등 다른 구호단체도 있지만 대사관 기부가 직접적이고 운영비를 떼지 않아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강대국의 세력 다툼으로 전쟁 비극에 내던져진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해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긴급 지원을 시작한 구호단체에게도 시민들의 '십시일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월드비전은 지난달 28일부터 우크라이나 긴급구호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홈페이지와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모금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 모금액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6700여만원이 모였으며,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서는 1억 1553만원이 모금됐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전쟁 피해를 입은 아동,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기본적인 생필품 지원, 심리적 응급처치 및 교육 지원, 난민 수용시설 및 서비스 지원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도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긴급구호를 위한 성금 계좌를 열고 이달 31일까지 모금을 받는다. 목표 성금액은 20억원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준 1억 8000여만원이 모였는데 모금 초반임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많이 성원해주셨다"며 "모인 기부금은 우크라이나 현지 적십자사에 전달돼 피난민, 취약계층 등의 구호 등에 쓰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구호단체를 통해 5만원을 기부한 전신영(26)씨는 "어른들의 정치적 문제로 왜 무고한 어린아이들이 피해를 입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을 돕고 싶어 기부를 하고 SNS에 인증글을 올렸더니 '동참하겠다'는 지인들의 연락이 많이 왔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SNS에서는 우크라이나 구호를 위한 기부 인증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날 인스타그램에서 '우크라이나 기부'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100개 이상 인증글이 올라와 있으며,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 페이스북 계정에도 기부 인증 사진을 담은 댓글이 130여개나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