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EIA 등 올해 석유 수요,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 전망
정유사 상반기 실적 호조 전망…너무 오른 제품價에 수요 위축 우려도
오미크론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 높아진 불확실성에도 주요 에너지 기관들은 올해 석유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가 석유 제품 수요를 오히려 부추길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유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고공행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올라도 너무 오른 석유제품 가격에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3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9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 전망치인 1억80만 배럴에서 10만 배럴 상향했다.
이는 지난해 석유 수요(9674만 배럴) 보다 4.3% 많은 수치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1억10만 배럴)을 80만 배럴 상회한다. 오미크론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이 석유 수요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진단으로 해석된다.
OPEC은 "당분간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는 높은 불확실성과 유동성을 감안할 때 하루 평균 420만 배럴로 변동이 없다"면서 "OECD 수요 증가는 190만 배럴, 비OECD는 230만 배럴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망은 변경될 수 있으며, 지정학적 혼란 영향이 더 명확해지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달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을 전월에 이어 하루 평균 1억61만 배럴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내년 석유 수요는 7만 배럴 상향한 1억255만 배럴로 상향했다.
EIA는 글로벌 석유 수요가 지난해(9748만 배럴) 보다 313만 배럴 늘어나지만 2019년(1억68만 배럴) 수준 보다는 약 7만 배럴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전망 기관들이 오미크론과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위기가 석유 수요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상반기 실적은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정제마진이 3월 둘째주 현재 배럴당 12.1달러로 치솟으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석유 제품 마진 증가에 힘 입어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모두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의 경우, 작년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707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0.7%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화학 부문과 배터리 부문 부진에도 정유 사업에서 성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기대다.
에쓰오일 역시 1분기 65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과 비교해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이투자증권은 "러시아 제재로 정제마진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레벨에 도달했다"면서 "특히 유럽 내 수입의 20~50%에 달하는 러시아산 공급 차질 우려로 등·경유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럽 내 제품 공급차질로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러시아산 공급이 정상화되고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다면 정제마진 강세는 바로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서면서 석유제품 가격 부담에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원유/가스 공급 차질 우려로 정유사들이 당분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고 러시아 공급이 정상화되면 정제마진은 빠르게 진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