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지켜준 극장 등 축소 우려"
"지역에도 창작 여건 마련 필요"
코로나19 이후 힘겨운 시간을 겪고 있는 독립영화계가 새 정부에게 바라는 정책에 대해 토론했다.
29일 온라인을 통해 '제20대 대통령선거 독립영화 분야 정책 제안'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는 장은경 미디어액트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진행이 됐으며, 이 자리에 한국독립영화협회 관계자들과 독립미디어연구소 김지현 연구원, 인디스페이스 원승환 대표를 비롯해 신아가, 박석영, 이승준 감독, 제작사 리치컴 이창주 대표, 서울독립영화제 김동현 위원장 등 다수의 독립영화인들이 참석했다.
앞서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은 '영화가 있는 미래, 우리 모두를 위한 독립영화'를 실현하기 위한 3대 정책 추진 방향과 10대 요구안의 초안을 공개하며독립영화인들의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3대 추진 방향은 코로나19와 블랙리스트로 인해 위축된 영화계를 건강하게 회복하는 '회복', 미래 사회를 위해 중요하게 준비해 가야 할 가치와 환경 변화를 추진하는 '전환', 모두가 동등하고 공정한 위치에서 더불어 상승할 수 있는 기회와 구조 마련을 위한 '상생'이다.
회복 관련 의제로는 코로나19 긴급 지원 실시, 피해 지원 대상에 독립예술영화관의 임대료와 운영비를 우선적으로 포함할 것을 제시했다. 피해자가 주체가 되는 영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회복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상생을 위해서는 지역영화 활성화에 대한 국가 및 지방 정부의 의무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이를 위한 재정 확충과 쿼터제 도입, 지역영화인 참여에 기반한 협력 체계 구축 추진을 제시했다. 독립영화창작자와 문화예술노동자에 대한 공정 계약, 공정보상제도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전환 관련 의제로는 디지털 전환 및 매체 융합 추진 과정에서 독립영화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영화 관람 및 관객 문화 활성화에 대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김지현 연구원이 발표한 의견 수렴 현황에 따르면 독립영화인들은 독립영화 창작자와 문화예술노동자에 대한 공정계약, 공정보상제도와 사회적 안전망 구축(44%)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코로나19와 긴급지원 전폭 실시(41.1%), 피해자가 주체가 되는 영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35.5), 영화, 영상 분야 시장 독과점 규제 및 독점 이익에 대한 사회적 환수 정책 마련(35.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토론자들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장으로 극장 위기론이 불거진 가운데, 독립영화전용예술관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달라진 정책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추가적인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동현 위원장은 "최근 OTT도 발전 기금을 내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문화적 쟁점을 발견하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OTT에 영화가 흡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 중이다"라며 "독립영화를 실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극장, 영화제와 같은 올드 플랫폼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자칫 OTT라는 새로운 전망을 잘못 언어화하면 그나마 독립 영화를 지켜준 곳들이 축소될까 봐 우려가 된다. 공공적 극장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적은 상황에서 지켜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의 공생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됐다. 대구 오오극장 서성희 대표는 "대구도 코로나19를 맞아 어려운 상황이었다. 관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서울과 마찬가자지로. 잘 버티고 있다"라며 "창작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 선순환이 더 이뤄질 것 같다. 창작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데 함께 힘을 모아주시면 지역 입장에서는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승환 대표는 "우리가 마련한 정책 공약이 현재의 것에 기반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 공약 중에 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전담 기구 설치가 있고, 현재 그 제안이 미디어 콘텐츠 산업 진흥 전담 부처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담 부처가 만들어질 경우 현재와는 완전히 바뀌지 않나. 변하는 것에 따라서 추가로 대응을 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독립영화인들이 뭉쳐 이 네트워크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은경 사회자는 "현재 시대적인 변화도 맞물려 있다. 모든 것을 함께할 때 조금씩 느리더라도 변화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독립영화인들의 의견수렴이 반영된 최종 제안문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