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을서 승리하며 국회 입성 성공했지만
정치적 중량감 대비 적은 표차로 체면 구겨
당권 →대권 재도전 구상 野 지선 패배에 타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상처뿐인 승리'라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 텃밭에서 정치적 중량감에 비해 적은 표차로 '정치 신인'을 이긴 데다,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완패하면서 나홀로 생존한 이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2일 0시 기준(개표율 37.17%) 56.69%를 득표하며,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43.3%)를 오차범위 밖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이 확실시 된다.
이 위원장은 당선이 확실시 된 뒤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 사무소를 찾아 "계양을 지역 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대로 성실하게 역량을 발휘해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잘 해내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보궐선거 당선으로 당권 도전의 명분을 확보한 이 위원장은 곧바로 전당대회 출마 채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고, 총선을 진두지휘한 뒤 차기 대권 재도전을 모색하는 이른바 '문재인 모델'을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패한 뒤 2015년 당권을 장악하고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을 주도하며 대선 가도를 다시 닦았다.
다만 직전 대선 주자였던 이 위원장이 '정치 신인'을 상대로 직전 총선보다 적은 득표율 차로 승리한 건, 이 위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화됐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송영길 민주당 후보(58.6%)는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윤 후보(38.7%)를 19.9%p차로 승리했다.
공표금지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위원장은 윤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돌며 선거를 지휘하기보다 자신의 선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압승이 예상됐던 안철수 국민의힘 성남시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자당 후보 지원에 활발하게 나선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민주당의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도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에 맞춰 이 위원장의 출마지인 계양에서 열렸고, 선대위원장 합동 기자회견도 그의 선거 사무소에서 열렸다. 이 위원장이 '다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은 선거 기간 여러 차례 "여론조사에 속아서는 안 된다"며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지만, 지방선거 완패에 따른 책임론은 한동안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위원장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발표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자중지란을 초래하는 등 '선당후사'를 무색하게 했고, 선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자기 선거를 위해 당 선거를 망치는 것"(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위원장과 당권을 두고 경쟁할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586세력 등에서는 벌써부터 그를 향한 책임론을 거세게 제기하고 있다. 정세균계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은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대통령 취임 후 20일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고, 한미 정상회담까지 있었고, 결국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구도 문제'를 꺼낸 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당선 소감을 밝히면서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며 무거운 심경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단, 친문 진영에 뚜렷한 차기 주자가 존재하지 않다는 점과 그 외 당내 구심점이 없다는 점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대선 후보까지 지내는 등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이 위원장이 송 후보가 약 20%p차로 이긴 지역에서 정치 신인을 상대로 그 정도 표차로 당선됐다는 것은 사실상 이긴 게 이긴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지방선거까지 패배했으니, 이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했다 하더라도 친문 등에 공격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