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추념사서 '공산 세력' 언급해
北에 짧으면서도 강도 높은 메시지
9일 순국 장병 유족 등 초청해 오찬
천안함 폭침 사건에 각별한 관심…소극적 文과 다른 모습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적인 안보 행보를 이어가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줄곧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비판받았던 천안함 폭침, 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 관련 문제에 있어 당당한 목소리를 내며 달라진 기조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현충일인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념식에 참석해 짧으면서도 강도 높은 메시지를 통해 최근 잦은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에 경고를 보냈다.
그는 "이 곳 국립서울현충원에는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순국선열들과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령들, 그리고 목숨을 바쳐 국민의 생명을 지킨 분들이 함께 잠들어 계신다"고 언급했다.
6·25전쟁을 가리켜 이례적으로 '공산 세력의 침략'이라 언급하며 바로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북한에 우리 정부의 대북 기조가 직전 정부와 달라졌다는 점을 명확히 전했다는 평가다.
이번 달이 '호국보훈의 달'인 만큼, 윤 대통령은 지속적인 관련 행보로 확고한 안보관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9일에는 최원일 전 함장과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 등 천안함 폭침 생존 장병을 비롯해 연평해전, 북한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가족들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오찬을 가진다. 대통령이 서해 수호 순국 장병 유족들과 생존 장병 등을 집무실로 초청해 시간을 가지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천안함 폭침 사태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은 이미 유명하다.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시절부터 천안함의 정식 명칭인 'PCC-772'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모자를 종종 착용해 눈길을 모은 바 있는 데, 지난 1일 국민들에 개방된 청와대에 깜짝 등장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같은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은 같은 사안에 소홀하다 비판받았던 문 전 대통령의 모습과 대비된다는 평가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세 차례나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해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으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2020년 3월 27일에는 총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했지만, 천안함 희생자인 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인 윤청자 여사로부터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정부의 공식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즉답을 피해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윤청자 여사는 오는 9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만나는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천안함 생존장병 등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행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준영 회장은 "(윤 대통령과) 작년 출마 선언 전 대전에서 3시간 넘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대화가 끝날 무렵 '보훈이 곧 국방이네요'라 말씀하신 게 인상 깊었고, 왜 유공자가 될 수 없었는지 질문을 많이 하셨다"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혁신적으로 보훈 시스템을 개혁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최원일 전 함장 또한 "작년 현충일에는 현충원에서 저를 포함한 생존전우들이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시위를 했었다"라며 "정확히 1년이 지난 오늘, 바로 그 자리에 정부의 정식 초청을 받아 참석하게 됐다. 같은 나라 같은 장소에서 다른 현충일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라 말했다.
아울러 최 전 함장은 "대통령 추념사 중 '확고한 보훈 체계는 강한 국방력의 근간입니다'가 인상깊은 내용이었다"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모든 분들이 존중받는 세상이 오길 희망해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