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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지는 삼성SDI 입지? 자충수 vs 미래전략 '분분'


입력 2022.06.07 14:21 수정 2022.07.15 16:45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BMW-CATL, 원통형 배터리 공급계약…삼성SDI와 관계 '이상전선(?)'

그룹 내 배터리 입지도 적어…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무게추 전망도

BMW i4ⓒBMW 코리아

BMW그룹이 새 전기차에 중국 CATL의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통형 강자이자 BMW와 오랜기간 돈독한 관계를 지속해온 삼성SDI가 선택을 받지 못해서다.


해외 보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삼성SDI가 이번 수주건을 계기로 입지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50조원이나 되는 삼성그룹 투자계획에서 배터리가 특별히 언급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7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는 중국 CATL이 BMW과 2025년부터 원통형 배터리 공급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BMW그룹이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한 것과, CATL이 각형이 아닌 원통형 배터리를 수주한 것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BMW그룹은 신형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쎄(Neue Klasse·뉴 클래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전기차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한편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이 배터리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일본 파나소닉, 한국 LG에너지솔루션과 더불어 원통형 강자로 꼽혀온 삼성SDI와의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점에 의문부호를 찍는다.


CATL은 그간 각형 위주로 BMW에 배터리를 공급해왔기 때문에 원통형 배터리 설비 구축을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원통형 수주도 이번이 처음이어서 별도의 양산능력 검증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번거로움을 모두 감안하고도 BMW그룹이 CATL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일본 배터리 보다 중국 배터리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이번 수주건을 계기로 BMW그룹 내에서 삼성SDI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2009년 BMW그룹과 전기차 개발 협력을 시작으로 10여 년간 끈끈한 관계를 구축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이 특수성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CATL 물량은 일부이므로, 삼성SDI 등이 추가적으로 계약을 따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노리는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삼성SDI가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삼성SDI의 PRiMX 배터리ⓒ삼성SDI

그러나 현재 그룹 내 삼성SDI의 입지를 고려하면 예상만큼 적극적인 투자 정책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달 발표한 삼성그룹의 450조원 투자 계획에는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등이 두루 언급돼있었지만 배터리는 별도로 언급돼있지 않았다.


LG·SK 등 경쟁사들이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워, 미래성장동력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LG는 앞으로 5년간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고, SK도 3대 핵심성장동력 중 하나로 배터리를 제시했다.


경쟁사와 달리 삼성그룹이 배터리 분야에 힘을 싣고 있지 않는 데에는 투자한 만큼 수익을 얻기가 어렵다는 내부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배터리는 매해 조 단위 설비투자와 막대한 연구개발(R&D), 수 백에서 수 천명의 인력 채용이 필요한 산업이지만 선두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 영업이익이 아직까지 2000~3000억원 내외인데다 후발주자인 SK온은 올해 손익분기점(BEP) 달성도 불투명해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는 삼성SDI의 소극적 투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일찌감치 GM , 포드와 손 잡고 합작법인(JV) 규모를 늘리는 것과 달리 삼성SDI는 올해 들어서야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부지를 확정지었다.


리서치기관인 SNE리서치는 2030년까지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374GWh(기가와트아워)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신흥강자인 BYD(406GWh)에도 밀리는 수치이며, LG에너지솔루션(778GWh)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런 소극적 행보가 전기차 패권을 노리는 완성차업체들과의 니즈와 맞지 않아 수주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BMW 뿐 아니라 폭스바겐, 포드, GM 등은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넘어서기 위해 '규모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SDI는 이런 분위기에 적극 편승하려는 타사들과는 결이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믿을 구석인 BMW그룹이 다른 경쟁사를 선택하고, 그룹 내 투자지도에서 배터리를 제외한 것은 삼성SDI가 현재 시험대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SDI가 리튬이온 배터리에 투자를 적게 하는 것이 차세대 배터리에서 승부를 보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치열한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힘을 빼기보다,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 선점에 전력을 기울이는 방식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삼성SDI다. 2027년부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컨퍼런스콜에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는 각 업체들이 R&D 수준인 초기 단계로 우열을 따지기 어렵지만, 당사는 반고체 배터리가 아닌 순수 전고체 배터리 개발로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하고 안전성을 그대로 구현하는 설계로 개발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일환으로 지난 3월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SDI연구소 내에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하며 기술 개발 선도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원가 부담이 높은 코발트를 제외하고 망간 비중을 높인 NMX(코발트 프리) 배터리 양산 추진 속도도 가장 빠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와 비교해 삼성SDI의 NMX, 저코발트(OLO) 배터리 생산이 1년 앞선 2024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SDI는 "기존 삼원계 양극재에서 원가 부담 큰 코발트 제외하고 망간 비중을 높인 NMX 배터리 통해 원가 낮추면서 주행거리 양산중인 프리미엄 수준으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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