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송강호·강동원·이지은 주연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등을 통해 혈연을 벗어나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이들끼리 모여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여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번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생명의 가치, 사회와 가족의 역할 등에 대해 한국 배우들의 얼굴과 입을 통해 전달한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비가 내리는 어느 음울한 밤, 작은 체구의 소영(이지은 분)이 아이를 베이비박스 앞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빗 속으로 사라진다.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버리려했지만 사실 이 모습을 형사 수진(배두나 분)과 이형사(이주영 분)가 지켜보고 있다. 수진과 이형사는 아기 입양 매매 현장을 잡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조금 더 정확한 움직임이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수진은 바닥에 있던 아이를 다시 베이비박스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이 아이는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 분)의 품에 안긴다. 아이의 이름은 우성. 다시 찾으러오겠다는 쪽지가 있지만 지금까지 아이를 찾으러 오는 엄마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이들은 믿지 않는다.
그러나 진짜로 아기를 되찾으러 아기 엄마 소영이 돌아왔다. 상현과 동수는 보육원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를 자라게 하기 위해 아이를 빼돌렸다고 말하지만, 소영의 눈에는 그저 브로커일 뿐이다. 상현은 소영에게 돈을 나눠줄 것을 약속하고 아이의 부모까지 함께 찾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네 사람의 기묘한 로드 무비가 시작된다.
'브로커'의 인물들은 선악의 기준이 모호하다. 이유가 있어 아이를 버린 소영, 브로커 일을 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를 따뜻하게 돌보고,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상현, 부모에게 버림 받고 자신처럼 외롭게 자라는 아이가 없길 바라는 동수까지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 베이비박스에 넣은 아이는 우성 뿐 아니다. 상현의 일행이 우성의 부모를 찾기 위해 타고 다니는 봉고차가 두 번째 베이비박스, 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회가 세 번째 박스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경험을 갖고 있는 모두가 베이비박스에 담겨져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서로의 결핍을 채우고 위로하며 나아가는 과정을, 관객이 그대로 바라보게 만들며 자신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도록 봉고차의 느린 속도로 유도한다.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게 주어져 있는지, 가족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사회는 가족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돕는지 안개처럼 여러가지 물음이 영화를 감싼다.
'브로커'는 제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평가가 갈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따뜻하면서도 스산하고 날카로운 질문에 호평을 내놓는가 하면 범죄자들에게 각자의 사연과 정당화를 부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상은 관객들의 몫이다. 8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