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혼자 살고 싶은데, 노인네들 귀찮아요"…'매 맞는 노인들' 숨겨진 학대 많다


입력 2022.06.16 05:22 수정 2022.06.15 20:22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노인 학대, 2020년 677건→2021년 736건으로 8.7% 증가

학대 장소·행위자, 가정에서 배우자가 가장 많아…노인 혐오도 만연 '틀딱' '연금충'

전문가 "경제적 이유·부양 부담·가족 해체 등 학대 원인 다양…노인 복지 등 국가 차원 지원 절실"

"노인 경시풍조 타파하고 노인의 역할·가치 인정하는 사회 지향해야"…서울시 '적극적 신고' 강조

'노인 학대 예방 캠페인'.ⓒ연합뉴스

15일로 여섯 번째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을 맞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노인 학대 건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학대가 발생하는 장소는 가정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학대 행위자도 배우자가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젊은 이들을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데, 부모를 부양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학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대비해 복지와 안전망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5일 서울시 복지재단이 공개한 '2021년 서울시 노인 학대 현황'에 따르면 작년 서울시 노인보호전문기관 4곳에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 총 2313건 가운데 31.8%인 736건이 학대 사례로 판정됐다. 이는 2020년 677건보다 약 8.7% 증가한 수치다.


학대가 일어나는 장소는 가정 내가 95.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성별로 보면 피해자는 여성이 81.0%, 학대행위자(가해자)는 남성이 79.3%였다. 학대행위자는 배우자가 43.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들 33.5%, 딸 10.6%, 기관 4.9% 순이었다. 정신적·물리적 학대 외에도 사회에 만연한 노인 혐오도 덩달아 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을 비하하는 '틀딱', '연금충' 등의 단어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학대의 원인이 복합적이라며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 지원과 인식 개선이 따라가지 못해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노인 학대의 원인은 경제적 이유, 부양 부담, 가족 해체까지 다양하다. 독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부모를 부양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생긴 것도 학대의 원인 중 하나"라며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생활 여건이나 노인 복지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 혐오가 확산하는 이유에 대해 "세대 간에 격차가 벌어지다 보니 혐오 문제도 발생하는 것"이라며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노인 학대는 가정 내 학대가 많은 만큼 자주 숨겨지곤 한다. 임 교수는 "친족에 의한 학대는 스스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내 시간이 많아지면서 밝혀지지 않은 노인 학대도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노인 학대가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수치가 공개되고 알려지는 것은 노인 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사회에 만연한 노인 경시 풍조가 가장 문제이다. 노인은 우리의 미래 모습인 만큼 무엇보다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노인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해주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사회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노인 학대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신고'를 강조했다. 서울시 어르신정책과는 "노인 학대의 경우 아동 학대처럼 주변의 감시가 가장 중요하다"며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이 있는 6월에는 집중적으로 노인 학대 예방책을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6월 15일~16일 서울 곳곳에서 '노인 학대 예방의 날' 기념 사진전을 열고 캠페인을 통해 노인 학대를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노인 학대를 목격했다면 국번없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대표번호 1577-1389)이나 보건복지상담센터(전화 129)로 신고하면 된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정채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