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치 하던 조선업계, 러-우사태發 '노쇼'로 골머리

대우조선해양, 선박 3척 中 2척 계약 해지

1조원 넘던 수주 규모…3379억원으로 ‘뚝’

현대·삼성 상황도 마찬가지…그저 예의주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이중연료추진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조선업계가 역대급 수주 잔치 속에서도 좀처럼 웃질 못하고 있다. 최근 장기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주 계약이 불발되면서, 리스크가 잠재워지질 않는 모습이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지만, 다른 곳들도 긴장의 끈을 놓진 못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월 18일에 이어 지난달 30일 선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 대금을 기한 내 받지 못해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 9일 체결해 오는 2023년 7월 31일까지 인도하기로 한 계약으로, 당초 3척, 1조137억원 규모였으나, 2척이 취소되면서 계약 규모도 3379억원으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사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는 해당 선박이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쇄빙 LNG선으로 추정했다. 선주사는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베탁일 것으로 예상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국가의 러시아 금융제재로 결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계약이 취소된 후 내부적으로 이 선박을 어떻게 할지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남은 1척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단기간에 풀릴 가능성이 낮단 점에서다.

또한 러시아는 자국에 적대적인 서방국가 기업을 상대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행보를 취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우려도 커졌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에도 본격적인 보복을 예고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아직까지 계약이 해지되진 않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양사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금액만 해도 각각 50억달러, 5억5000만달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대우조선해양만 계약이 취소됐지만, 러시아 리스크로 인한 업계 상황은 전반적으로 다 마찬가지”라며 “러시아 물량을 더 갖고 있는지, 덜 갖고 있는지에서도 차이가 나서 제일 많이 갖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더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한 줄기 희망은 있다. 선박의 새 주인을 찾는 것이다. LNG운반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선가도 인상돼 새 선주를 찾을 경우 피해를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LNG운반선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라며 “최근 신조선가 상승세가 가팔라 더 비싼 선가에 계약 갱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LNG운반선 신조선가는 2000년대의 고점 2억5000만달러도 돌파할 기세”라고 전망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도 “대금 지급 이슈로 인한 계약 해지가 나타나는 등 리스크가 조금씩 현실화 되는 모습이지만 기존 계약이 취소될 경우 기존 건조 중인 선박에 투입된 비용은 상당 부분 선수금으로 충당이 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 건조 중인 선박은 재매각 또는 신규 선사 확보 등으로 대응이 가능하고 높아진 선가를 감안하면 더 좋은 조건의 새로운 수주로 기존 도크 슬롯을 대체할 여지 또한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