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김가람이 피해자"였다던 하이브, 결국 김가람 퇴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첫 걸그룹으로 주목받던 르세라핌이 멤버 김가람을 제외하고 5인 체제로 활동한다. 김가람은 앞서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논란을 빚으며 이미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20일 르세라핌의 소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은 “김가람과 전속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김가람 관련 논란으로 팬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르세라핌은 향후 5인 체제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세라핌은 데뷔 전부터 ‘방탄소년단 여동생 그룹’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멤버인 김가람의 활동 예고 영상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 5월, 김가람이 학폭 가해자라는 폭로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이브는 김가람 관련 학폭 가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심지어는 “김가람이 중학교 재학 시 악의적 소문과 사이버불링 등 학폭 피해자였던 것이 제3자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며 법적대응도 예고했었다. 그러나 이후 김가람의 학폭 가해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결국 하이브는 김가람의 활동 중단, 최종적으론 계약 해지까지 결정하게 됐다.
앞서 그룹 (여자)아이들 멤버였던 수진과 매우 유사한 사례다. 당시 수진 역시 학폭 의혹이 불거진지 6개월 만에 활동을 중단했고, 소속사 큐브는 가해 의혹을 부인하며 폭로자를 고소까지 했지만 ‘혐의없음’ 처분이 나오면서 올해 3월 수진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최근 수진이 전속계약을 맺은 곳으로 잘못 지목됐던 한 기획사가 “학폭 가해자를 받아줬다”는 비판 여론에 시달리며 사실을 바로잡는 입장문까지 냈던 건 학폭에 대한 여론의 시선을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작정하고 논란을 감싸주는 소속사의 입장은 사실 의도가 명확하다. 자신들이 투자한 상품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끝은 고작 ‘퇴출’이 전부다. 소속사는 김가람의 흔적 지우기에만 혈안이 됐다.
오죽했으면 하이브가 김가람의 학폭으로 ‘노이즈마케팅’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하이브는 메인 멤버인 김가람의 논란을 덮어가며 그를 감싸고 있었지만, 김가람 없이도 르세라핌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오자마자 그를 퇴출시켰다. 사실 학폭 멤버로 노이즈마케팅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지만, 그만큼 소속사의 대응이 비상식적이었다는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번 하이브의 대응은 학폭 논란은 결코 ‘퇴출’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피해자가 있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았던 소속사가 팬들에게 끼친 불편을 사과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우선시 돼야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