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수요 위축…성정 둔화 가능성↑
인텔 CPU 출시 지연에 늦어지는 DDR5 보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반기 반도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시설투자 계획 변경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업황 전망이 워낙 좋지 않아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게임체인저’ 역할을 해줄 DDR5의 보급도 늦어지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반도체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램과 낸드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수요 위축과 이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훼손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양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봉쇄조치 등으로 상반기부터 공급망(SCM) 관리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실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앞서 예상한 3~8%에서 8~1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가격 역시 올해 3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메모리 시장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지나친 낙관론이나 비관론보다는 다각도로 여러 요소를 점검하며 유연하게 대처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D램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DDR5의 보급 지연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텔에서 DDR5를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를 잇달아 연기하면서 DDR5 수요가 좀처럼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전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CPU 지연에 따라 DDR5 수요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한두 개 분기 지연된 거지 큰 틀에서는 내년에 DDR5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하반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단기 시설투자에 대한 계획 수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속성장을 위한 중장기 투자는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 대응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SK하이닉스의 경우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당초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는 기회 요인도 있고 수요관점에서의 리스크가 현존하는 상황이지만 시장 잘 보면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며 “낸드는 PC와 모바일 등 컨슈머 제품이라 수요가 약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엔드유저의 고용량 제품 니즈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고객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선단공정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 설비투자 계획은 여기에 맞게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업계 특성상 기투자된 시설투자(CAPAX)에서 생산되는 물량 자체를 줄일 수 없다”며 “과거 메모리업이 어려움을 겪어왔던 이유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오는 물량은 정해져있고 재고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재고수준이 증가하는 만큼 내년 시설투자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2분기에도 성장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2분기에만 9조9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매출도 28조5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5.3% 늘었다.
SK하이닉스의2분기 영업이익은 4조19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6% 급증했다. 매출은 13조811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3.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