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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마약에 빠지다 ①] "얼음·아이스 팝니다…당장 오늘 저녁에도 마약 구해"


입력 2022.08.21 06:16 수정 2022.08.20 11:53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전체 마약사범, 지난 4년새 1.4배 증가…미성년 마약사범, 약 4.5배 증가

SNS 성행 마약 광고, 쉽게 구매 유도…거래 방식·수법 점점 은밀해지고 지능화

법조계 "한 번 투약한 미성년자들, 추가 구매 위해 2차 범죄 노출될 가능성"

"또래 문화 강한 미성년자들, 무조건 따라하지 않으면 왕따 당해 마약까지 투약"

주사기에 담겨 있는 마약들. ⓒ연합뉴스

국내 마약류사범 중 미성년자 마약사범이 지난 5년간 약 4.5배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상반기까지 두 자릿수이던 미성년자 마약사범은 올해 들어 300명에 근접한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상반기(1~6월) 동안 적발된 국내 마약류 사범은 총 8575명이다. 이들은 헤로인과 필로폰, LSD, 대마류 등 갖가지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소지·유통하다가 적발됐다.


국내 마약사범은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에 5941명이던 마약사범은 2019년에 8613명으로 한 차례 크게 뛰어 올랐고 2020년엔 6954명으로 줄었다가, 2021년 7565명, 2022년 8575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등락이 있었지만 5년 전에 비해 약 1.4배 늘었다.


문제는 미성년 마약사범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5세 미만부터 19세까지의 미성년 마약사범은 2018년 상반기 65명에서 ▲2019년 147명 ▲2020년 108명 ▲2021년 277명 ▲2022년 292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불과 5년 사이 약 4.5배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성년 마약사범의 증가가 SNS를 통한 마약 광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SNS 사용이나 문화에 익숙한 10대들이 마약 광고에 쉽게 노출됐고, 이에 따라 미성년 마약사범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착한법률사무소의 조의민 변호사는 "구글이나 SNS를 이용하면 쉽게 마약 구매를 유도하는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며 "사실 마음만 먹으면 오늘 저녁에라도 마약을 받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위터에서는 마약 관련 은어를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로폰을 뜻하는 '얼음'이나 '아이스'를 검색하면 "얼음, 아이스 팝니다" 등이 쓰여있는 광고 글을 바로 찾아볼 수 있다.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거래 내역과 구매자들의 후기를 공유한 판매책.ⓒ텔레그램 캡쳐

갈수록 은밀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는 거래 방식과 수법도 미성년자들의 마약 구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마약 거래상들은 SNS를 통해 구매자들을 유인하고 실제 판매는 보안성이 뛰어난 메신저 앱 '텔레그램'이나 '위커'를 이용한다. 판매책들은 이곳에서 그동안의 거래 내역을 보여주며 마약 구매를 부추긴다. 이 앱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당국의 추적이 어렵다.


거래 대금은 당사자들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가상화폐로 받는다. 과거에는 현금 거래가 성행했지만, 최근에는 수사기관 추적이 훨씬 어려운 가상화폐가 각광받고 있다.


마약을 전달하는 방법도 보다 은밀해졌다. 구매자가 대금을 치르면 판매책은 마약을 미리 숨겨둔 장소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구매 절차가 마무리된다. 판매책이나 구매자나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얼굴을 볼 일이 없기 때문에 한쪽이 검거되더라도 다른 한쪽은 검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을 한 번 투약한 미성년자들의 경우 추가 구매를 위한 2차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마약의 위험성과 중독성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줘야한다고 조언했다.


조 변호사는 "마약을 다시 하려는데 구매 자금이 없으니 판매책의 마약 유통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예를 들면, 판매책에게 대금을 치르고 마약을 숨겨 놓은 장소로 가면 본인이 구매한 마약 말고 다른 것들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판매책이 '다른 마약들을 내가 지시하는 장소에 던져놓으면 추후 구매 때 할인을 해 줄 수도 있다'고 꼬드겨서 마약 투약과 유통 두 가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약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박진실 변호사(법무법인 진실)는 "미성년자들은 '또래 문화'라는 게 굉장히 커서 주변에서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따라 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생각에 마약까지 따라 투약하는 경우도 있다"며 "인터넷이나 SNS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친구 한 명이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접하게 됐다고 하면 주변으로 순식간에 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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